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된 뒤 '컨벤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여론조사들이 나오는 가운데, 전화면접 방식 조사 응답률이 두드러지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이 보수'로 분류되던 응답자들이 국민의힘 후보 확정에 따라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면서, '컨벤션 효과'가 더 두드러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샤이 보수'는 여론조사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특이한 응답 성향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조사해도 조사 방식이 달라지면 조사 결과도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국민의힘 후보 확정 전까지는 면접원이 조사 대상자에게 설문지 내용을 묻고 응답자가 답하는 '전화면접' 방식의 조사가 미리 녹음된 음성을 듣고 조사대상자가 전화기의 번호를 눌러 답하는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 비해 국민의힘 계열 후보 지지율이 조금 더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샤이 보수'가 면접원에게 자신의 지지 후보를 밝히기를 꺼려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10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유선전화 10%, 무선전화 90%) 방식으로 조사해 지난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4자 구도상 윤 후보의 지지율이 42.3%까지 치솟는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34.5%,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7.4%,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5.4%였다.

이는 입소스가 지난 6월 28~29일 SBS 의뢰로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유선전화 10%, 무선전화 90%) 방식으로 조사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나온 이재명 42.2%, 윤석열 39.2%이라는 결과가 역전된 것이다. 당시 함께 진행된 각 당 대선주자들이 포함된 다자구도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28.7%, 윤석열 26.1%, 이낙연 9.5% 등의 결과와도 크게 달라진 흐름이다.

약 4개월 간격의 두 조사 사이에는 조사 문항이 달라지고, 각 당 후보의 확정으로 대선 구도가 명확해졌다는 변화와 함께 '응답률' 변화가 있었다. 입소스의 지난 6월 28~29일 입소스 조사 당시 응답률은 유선전화면접 7.4%, 무선전화면접 13.3%를 기록했다. 지난 6~7일 조사의 응답률은 유선전화면접 9.3%, 무선전화면접 16.1%를 기록했다. 각각 1.9%포인트(p), 2.8%p씩 응답률이 상승했다.

이같은 응답률 상승은 SBS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진행한 지난 10월 12~13일 조사와 이달 6~7일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넥스트리서치가 10월 12~13일 전국 성인 1014명을 무선전화면접 84%, 유선전화면접 16% 비율로 조사한 결과, 무선전화면접 16.2%, 유선전화면접 7.5%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 6~7일 전국 성인 1025을 무선전화면접 86%, 유선전화면접 14% 비율로 조사한 결과, 무선전화면접 23.8% 유선전화면접 12.7%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역시 5.2~7.6%p의 응답률 상승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10월 가상 4자구도에서 윤석열 28.8%, 이재명 30.0%, 안철수 3.8%, 심상정 4.2%였던 조사 결과는 11월 윤석열 34.7%, 이재명 30.7%, 안철수 4.9%, 심상정 3.0%으로 변화했다.

JTBC 의뢰 글로벌리서치 조사 결과도 비슷한 패턴이다. 글로벌리서치는 지난 10월 19~20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무선전화면접 100% 방식으로 조사했는데, 응답률은 10.3%였다. 그러나 이달 6~7일 같은 방식의 1009명 대상 조사에서는 응답률이 14.6%로 상승했다. 이에 지난달 19~20일 4자구도 지지율은 윤석열 30.4%, 이재명 32.0%, 안철수 6.4%, 심상정 6.4%였지만, 이달 6~7일 윤석열 39.6%, 이재명 29.6%, 안철수 4.8%, 심상정 5.1%로 변화했다.

반면 ARS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는 보수 유권자가 비중이 큰 유선전화 상대 ARS에서 응답률이 약 2배 증가하는 경향이 관측된다. 대표적인 ARS 방식 조사 업체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유선ARS 10%, 무선ARS 90% 비율로 진행하는 조사를 보면, 응답률은 지난 9월 6~7일 2019명 대상 조사에서 유선 3.6% 무선 5.8%, 9월 27~28일 2043명 대상 조사에서 유선 2.6% 무선 5.7%, 10월 25~26일 2035명 대상 조사에서 유선 3.0% 무선 5.9%를 기록했지만, 국민의힘 후보 확정 후인 지난 7~8일 2014명 대상 조사에서는 응답률이 유선 5.3%, 무선 6.2%를 기록했다.

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