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9일 이재명 대선 후보가 주장한 전(全)국민 재난지원금을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으로 갑자기 이름을 바꿔 강하게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에서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절차상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대하자 올해 1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분을 내년세입으로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손세정제와 마스크 등 위생용품 구입비용은 정부가 지원할 여력이 있다며 1인당 20만~25만원을 내년 1월 지급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구상대로라면 최소 15조에서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지원금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뿌려진다.

그러나 야권과 정부에선 이 같은 방식에 대해 “‘어불성설’ ‘세금깡’ ‘밑장빼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다 같은 국민의 돈을 가지고 선거를 앞두고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與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은 절충안”...정부에선 ‘어불성설’ 반응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위드 코로나 방역 지원금’이라고 이름 붙이고, “내년 예산에 반영해 1월에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재원은 초과 세수인데, 민주당은 세금을 내년에 받겠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초과세수분을 납부유예해서 내년 세입을 늘려서 충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어진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이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구입하고 사업장의 방역을 유지하시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방역 지원금 지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 방역, 책임 방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발생한 초과 세수를 국민께 돌려드리는 방식으로 가능한 방법을 이번 예결심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계획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강조한 전국민 재난지원금과의 차별성에 대해 신 원내대변인은 “딱 잘라서 같다, 다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예산안을 합의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국민들게 초과세수분을 다시 돌려드릴까라는 고민의 일환으로 이해해달라”며 “또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얘기해서 어떤 방식으로의 지원금이 가장 적합하겠냐는 고민의 결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만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라 큰 방향성만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강공모드를 유지하자 여당에서도 이 후보와 정부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기위해 고심한 것임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에 정부 측에선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올 세수 납부를 유예해서 내년 세입으로 잡자고 하는건 ‘무식한 당’에서 하는 ‘어불성설’ 같은 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재정법상 세수가 남으면(초과세수) 채무 상환과 지방교부세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올해 세수로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힘드니까 밑장빼기식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상 국회는 예산 삭감 권한을 갖고 있지만, 편성된 예산안 규모를 증액하는 것은 기획재정부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보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野 “‘세금깡’, ‘밑장빼기’ ‘꼼수의 전형’” 집중 포화

야권에서도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국가 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악성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음에도 민주당은 세금 납부 시차를 교묘하게 조정해 어떻게든 돈을 뿌리려 시도하고 있다”며 “’카드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가. ‘세금깡’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 후보와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예산을 마련하려고 연말로 예정된 세금납부를 내년으로 미루려는 꼼수를 부리려 한다”며 “신개념 ‘세금 밑장빼기’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재정법상 세수가 남으면 채무상환과 지방교부세에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내년도 내년도 본예산 세입에 편입시키면 초과 세수를 온전히 지원금 밑천으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추가 세수가 1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올해 세금을 걷으면 채무상환과 지방교부세에 먼저 써야 해 재난지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세금 납부를 내년으로 미루겠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생각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