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원천 봉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의 정제된 언급 외에 비공식적인 장소에서의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그간 공식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문답하는 이른바 백브리핑 형식을 선호했으나, 지난주 후반부터는 이를 생략하고 있다.
이 후보는 8일 오전 국회 중앙선거대책위 회의를 마치고 이동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에 일대일 토론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느냐’ ‘블록체인 기반 개발이익 공유에 대해 추가 설명해달라’ 등의 질문을 현장을 지키고 있던 기자들로부터 받았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제 후보가 걸어가면서 백브리핑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4일 한국거래소 방문 시에도 공식 일정만 진행하고 언론과 별도 문답을 하지 않았다. 당시 이른바 ‘검찰 압수수색 직전 유동규-정진상 통화’ 보도로 이 후보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이 후보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떴다. 특히 이 후보는 같은 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는 “그날 통화한 것은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정 언론과 통화를 통해 입장을 밝혔으나 현장 기자들에게는 답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 후보가 질문에 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자 기자들은 “답변을 회피하는 거냐, 불리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도망가는 거냐”고 항의했다. 취재진의 항의가 계속되자 이 후보의 수행 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오늘 일정이 바로 뒤에 있어 답변을 못 한 것”이라며 “앞으로 가급적 일정에 백브리핑을 하겠지만, 매일 모든 현장마다 백브리핑을 할 수는 없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에도 경기도 부천테크노밸리에서 웹툰작가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김부겸 국무총리가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것과 관련해 질문을 받았지만 “할 말 없다, 죄송하다”고만 하며 입장을 밝히지 않고 행사장을 떠난 바 있다. 김 총리는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지원과 관련해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며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가 계속해서 백브리핑을 거부하면서 이 후보 측과 기자단 간 마찰도 빚어졌다. 8일 오후 조계종 예방을 마친 이 후보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다가서자 경호원과 수행단이 막아섰다. 이에 기자단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선대위 수석대변인 박찬대 의원은 후보 대신 자신이 질문에 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기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아까 기자단이 대변인 백브리핑을 거부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앞으로 대변인 백브리핑은 하지 않겠다. 대변인이 왜 필요하냐”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