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
5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직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후보들은 연이어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 입장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낙선 후보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면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윤 전 총장의 수락 연설을 들은 직후 '경선 후보자 인사말'을 통해 나머지 후보들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당선자의 수락 연설만 마련됐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경선 후보자 인사말을 한 홍준표 의원은 멋쩍은 듯 웃음 지으며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주었던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에게 축하드리고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들도 모두 합심해 정권교체에 나서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감사하다"고 했다.
뒤이어 연단에 선 유승민 전 의원도 "저 유승민은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면서 윤 전 총장을 향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한 홍 후보, 원 후보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부족한 저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 준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저는 오늘부터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 이제 경선 과정에서의 일은 모두 잊으시고 당의 화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힘써달라"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국민과 당원의 선택에 저 원희룡도 깨끗이 승복한다"며 "이제 후보가 된 윤 전 총장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이번에 선택받지 못한 홍 의원, 유 전 의원에게도 진심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드린다.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향한 앞으로 4개월의 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은 되지 않을지 모른다"며 "앞으로 원희룡 역시 최선을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선출된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식에서는 낙선 후보들에게 인사말을 듣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당시 경쟁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선출에 축하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지만, 최대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경선 결과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등 당내 갈등이 일었고, 이 후보는 선출 이후 사흘이 지나서야 승복을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이를 의식한 듯 낙선 후보들을 연달아 연단에 세우며 승복 선언을 받아냈지만, 윤 전 총장을 필두로 원팀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국민 여론에서는 예상대로 10.27%포인트나 이겼으나, 당심에서는 참패했다.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의 홍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모두 힘을 합쳐 정권교체에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제가 후보가 되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정권교체에 나설 것이고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경선 흥행의 성공 역할에 만족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해당 게시글에 "백의종군하겠다"는 표현을 썼다가 지웠다. 당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직을 맡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의원 캠프 측도 "결과에 대한 승복과 후보를 돕는 것은 다른 일일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수락 연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경선과 달리 경선 후보들의 빠른 승복이 있었는데, 원팀으로 가기 위한 화학적 결합에 어떤 노력을 하겠냐'는 질문에 "후보끼리 경선 토론을 하기 전이나 끝나고 나서나 서로 가까운 분들이기에 서로 격려해가며 진행을 했기에 원팀을 이뤄서 반드시 정권교체 하는 데 단결하고 화합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홍 의원이 대선 원팀에 합류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선대위원장을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속한 시일 내에 다른 후보들을 만나 어떤 역할을 하실 생각이 있는지 말씀을 들어보고 좀 부탁을 드려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발표된 대선 후보 경선 결과 윤 전 검찰총장은 47.85%의 득표율을 얻어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경쟁자 홍준표 의원은 41.50%를 기록했고,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 지사는 각각 7.47%와 3.17%로 뒤를 이었다. 윤 전 총장은 2위를 기록한 홍 의원에게 국민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뒤쳐졌지만,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3% 가까운 격차를 확보해 당 대선 후보직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