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총리와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세일즈'를 펼쳤다. 야당은 국내 탈원전정책과 모순된다는 비판을 했지만, 청와대는 국내에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 신규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것은 '윈-윈'이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V4(비세그라드 그룹, 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협의체) 정상회의를 마친 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수교 30주년을 앞둔 양국 협력이 방산과 인프라, 원전 등으로 확장되어 더욱더 굳건한 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인프라, 방산 분야를 비롯해 원전 등으로도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해 산업부 장관이 폴란드를 방문해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체코 정상회담에서는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가 "원전 건설 관련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체코 신정부와도 관련 논의가 잘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체코가 원전, 방산 같은 협력 분야 확대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총리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하며 회담을 마쳤다.
바비시 총리는 한-V4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원전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2014년도에 이미 한-체코 원자력 포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며 "체코는 현재 필요한 준비를 취하고 있고, 이 MOU를 두코바니 체코 지역에 있는 원자력과 관련해 갱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입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원전 건설을 성공적으로 한 만큼, 진지한 논의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바비시 총리는 한-V4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원전 등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체코는 사업비 8조원 규모의 1.2GW급 두코바니 원전 5호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미국·프랑스가 수주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총 6~9GW 규모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쓰인 한국형 원자로(APR1400)를 토대로 입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원전과 관련한 행동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내에선 원전 산업을 사장시키며 우수 인재는 전부 해외로 유출 시켜놓고, 헝가리에선 원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문 대통령은 원전에 대해 바다 건너 해외 무대만 가면 입장이 달라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