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대결'로 이뤄지게 됐다. 여야 거대정당은 각각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 남은 대선기간 124일 동안 후보자 전면지원에 나선다. 지난 1~4일 진행된 국민의힘 경선 후보 투표는 63.98%의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정권교체 열망'이 담겼다는 평가다. 이번 경선의 핵심은 '과연 이재명을 이길 후보가 누구인가'였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투사' 이미지가 투영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정권교체가 나의 존재의 이유"라고 했다.
◇정권교체 열망 반영된 '투사' 윤석열 승리
국민의힘의 이번 경선은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후보 4명 가운데 최다득표자가 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윤 후보와 홍 후보가 막판까지 박빙 승부를 벌였다. 윤 후보는 그간 당원들의 '당심(黨心)'에서 경쟁자 홍 후보를 앞선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홍 후보는 2030세대를 바탕으로 민심의 바람에서 유리한 것으로 관측됐다. 결국 윤 후보가 최종 득표율 47.85%로 홍 후보(41.5%)를 6.35%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번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 후보는 조국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 속에서 정치적 경쟁력을 키워왔다.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반발하며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자극하고 결집하며 유력 대선 후보로 도약했다.
초반에는 윤 전 총장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이른바 '윤석열 대세론'이 일었다. 하지만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점차 양상은 윤 후보와 홍 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흘러갔다.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당시만 해도 공정과 상식을 화두로 내세운 윤 후보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자극했고 맞수조차 없었다. 실제 야권 후보 지지율 등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당 이후 과정에서 꼬이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없는 날 입당을 결정하거나, 경선 룰 다툼을 벌이면서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부정식품' '주120시간 노동' '건강하지 않은 페미니즘' 등 잇단 실언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예비 경선과 본 경선을 합쳐 16차례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정치 초년병의 실수가 이어졌다.
임금 왕(王)자를 손바닥에 쓰고 방송토론회에 나와 주술 논란이 벌어졌다. 부산을 방문했을 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를 사과하는 과정에서 사과를 고른 자신의 돌잡이 사진과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윤 전 총장이 주춤하는 사이 20대 남성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골든 크로스'를 끌어냈다. 추석을 전후로 일부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역전됐다. 갑작스러운 지지율 상승 효과는 '역선택' 논란을 야기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홍 의원 지지율은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홍 의원은 앞선 19대 대선에도 출마를 경험한 '재수생'이지만 토론 기간 내내 다른 후보들로부터 정책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연이어 받았다. 그는 사법고시 및 사형제도 부활, 정시 100% 도입 등 극단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홍 의원 역시 과거에 '발언'했던 막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의 승리는 정치적인 반사이익 성격이 있지만, 그만큼 정권 교체 열망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57%)과 국민의힘 지지율(38%)이 현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尹 고발사주 논란, 장모 구속 등 넘어야 할 산도
윤 후보는 넘어야할 산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윤 후보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대검찰청의 윤 전 총장 장모 대응 문건 작성 의혹 등에 대해 강공을 펼치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발표를 앞두고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윤석열 후보와 일가의 부정비리 의혹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윤 후보를 꼬집어 비판했다.
조 상임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선대위원장 주재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오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된다. 낯 뜨거운 진흙탕 경선으로 점철됐고 한 마디로 국민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구태정치와 혼탁경선의 끝판왕이었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윤 후보 본인의 고발사주 국기문란,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무마, 변호사 알선 의혹, 그리고 윤 후보 부인과 장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박사학위논문 부정 의혹, 요양병원 불법개설, 양평군 아파트 개발 의혹,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이 다수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흩어지면 진다" 野도 '원팀' 이룰 수 있을까
지난 2일 이 후보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주요 경선 주자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여권은 '원팀'을 강조했다. 야당도 이럴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윤 후보와 홍 후보는 앞서 표면상으로는 '원팀이 되겠다'고 밝혔지만, 이른바 '윤-홍대전'을 겪으며 한껏 날을 세웠던 상황이다. 경선 막바지까지 양강 주자 간 날선 신경전이 이어지는 등 경쟁이 과열되면서 당내에선 최종 후보 선출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제 선거 이후가 중요하다. 화학적 결합은커녕 결속력이 저하되는 민주당을 반면교사 삼아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단합하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고, 흩어지면 각개격파 당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경선 후보는 이날 발표 후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 후보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원팀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마지못해 시늉만 하느냐, 진정으로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지느냐 온도 차이가 있을 텐데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