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에게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관련해 “원전의 역할은 계속되나,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한다”고 설명했다.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열린 사전환담에서 아데르 야노시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아데르 대통령이 원전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하는 헝가리의 에너지 믹스 정책에 대해 설명하자 이같이 답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태양광, 풍력, 특히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탄소중립을 이뤄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데르 대통령에게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신재생 에너지 협력을 이루자”고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설명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아데르 대통령이 원전을 언급한 것을 해명하는 성격이 있다. 아데르 대통령은 “한국과 헝가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다”며 “양국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불가하다는 뜻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과 관련해 원전은 물론, 구체적인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 이날 정상회담 논의 내용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날의 논의가 지금까지 정부가 유지해 온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 20년 만에 헝가리를 방문하게 되어 뜻깊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헝가리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맞서 나라의 독립을 지켜왔다”며 “독재정치에 대한 투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과 헝가리를 포함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전환, 그린딜이 유사하다고 했다. 아데르 대통령은 한국이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하면 헝가리와 가장 먼저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극복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먼저 시행한 헝가리의 경험을 공유하자고 말했다. 아데르 대통령은 한국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잘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핵심 연구자 중의 한 명이 헝가리인”이라며 “헝가리의 백신 연구 능력과 한국의 백신 생산 능력을 결합하면 양국이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헝가리 투자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헝가리에는 260여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은 아시아 최대 헝가리 투자국으로, 특히 최근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헝가리 내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유망산업에서 양국의 교역이 확대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아데르 대통령은 “(한국은) 2019년도 투자 국가 순위 1위로, (인접국인) 독일을 앞섰다”며 “이런 좋은 흐름이 앞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데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헝가리 의대에 500명이 넘는 한국 유학생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헝가리 의대가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면서, “보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헝가리 의대에 유학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은 문 대통령의 헝가리 국빈 방문 계기에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하고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한-헝가리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