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4일(현지 시각)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헝가리) 부다페스트,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체코) 프라하, (폴란드) 바르샤바에 이르는 800㎞ 고속철도는 ‘V4(비세그다르 그룹)’를 상징하는 사업”이라며, 한국 산업계의 협력을 요청했다.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기자회견장에서 한-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정상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문재인 대통령,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에두아르트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 /연합뉴스

이날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정상회의장에서 한·V4 정상회의에서 오르반 총리는 “V4는 전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국가들로, 한국과 V4 간에는 협력의 역사가 유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V4는 1991년 헝가리 비세그라드에서 결성된 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등 중유럽 4개국 협의체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V4는 EU로 가는 관문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며 “V4는 기술 강국인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며, 방산과 국방에서도 상호호혜적인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는 한국은 독일과 미국에 이어 체코의 세 번째 투자국이라면서 적극적인 투자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원전 등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이 의료장비를 제공한 것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전기차, 수소경제,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도 협력관계가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은 V4에 생산기지를 설립해 유럽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V4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활용해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높은 기초과학 역량을 갖추고 있는 V4 그룹과 ICT(정보통신기술) 등 응용과학기술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또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체결되는 한-V4 과학기술 공동연구 양해각서(MOU)를 통해 양측의 협력이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이버안보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공동 언론 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문재인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에두아르트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연합뉴스

기후변화 대응을 한국과 V4 대응의 계기로 삼자는 발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V4 국가들이 국가 수소 전략을 마련하며 탄소중립과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수소 경제 육성을 위해 양측이 다양한 협력 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하고 수소 관련 법률을 제정한 수소 경제 선진국”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기후변화는 유럽에서 대대적인 담론”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탄소중립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디지털 경제, 저탄소 경제에서 새로운 성장 산업과 일자리가 생겨나므로, 한국이나 V4 국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세그라드’는 협의체 이름에 대해 “중세부터 중부유럽 지도자들이 모여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결의했던 장소”라며 “이름 그 자체로 ‘평화와 협력’의 상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V4 국가들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공통점’에 대해 “고난의 역사와 냉전의 아픔을 이겨내며 빠른 속도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며 “과학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것도 비슷하다”고 했다.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문재인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에두아르트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에서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남북 관계와 통일에 대한 전망을 설명해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현재 남북한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V4 국가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평화를 추진하고, 평화를 통해 교류하고 번영해나간다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아프간의 민생회복과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 왔다”며 “앞으로도 인도적 지원을 포함하여 아프간 지역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V4 정상들은 과학기술 분야 협력 확대,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 협력 강화, 문화와 인적 교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