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全)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소득 하위 88%에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 두 달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30만~50만원 정도는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재정당국과 논의하고 당 의견도 수렴해야갈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돈풀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다 기획재정부도 반대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내 이견도 거셀 것으로 보여 의견 조율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재난지원금과 관련 “민생현장이 너무 어렵고,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10조원의 추가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자금을 활용하면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가 주장한대로 만약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1인당 30만원씩 나눠줄 경우 약 15조3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올해 초과세수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31조5000억원을 10조원 이상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과 증권 등 자산 관련 세수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 수입이 323조원으로 정부 전망보다 8조7000억원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추가 세수를 10조원 초반대로 잡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올해 국세 수입 예산을 282조7000억원에서 314조3000억원으로 31조5000억원 상향 조정했다. 다만 올해 초과세수 예상분은 2차 추경 때 모두 사용했다. 2차 추경 규모는 34조9000억원이었다.
당 지도는 이 후보의 정책 공약 실현을 위해 입법과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며 “재정당국과 논의하고 당 의견도 수렴해야해 차차 (논의)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추가 세수를 언급하며 ‘국민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대표는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정도 더 걷힐 예정”이라며 “(코로나19 정부 지원) 손실 보상 제외 업종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당이 강력히 주장한 유류세 20% 인하, 병충해 대책” 등에 세수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재난지원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을 당론으로 정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보편, 선별지급을 두고 당내 이견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논쟁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근인 오영훈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냐, 더 어려운 분에게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하느냐 논쟁은 계속 이어져왔다”며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기재부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수행차 방문한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 “로마까지 와서 그 얘기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박용진 의원도 “경선 과정에서 재난지원금은 취지에 맞게 재난이 집중된 계층과 사람들에게 더 많이 두텁게 지원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말씀을 계속 드려왔다”며 “당에서 충분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매표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온 나라가 빚투성이인데, 대선을 앞두고 또 현금 살포로 지난 총선 때와 같은 매표 행위를 하겠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 캠프 손영택 대변인은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금권선거 카드를 꺼냈다”며 “포퓰리즘 정치의 끝판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