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인당 30만~50만원’이라는 구체적 금액을 말하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를 꺾을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올해 9월에 지급된 5차 재난지원금도 홍 부총리가 막아서 소득 상위 12%에게는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후보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홍 부총리의 벽을 돌파할 수 있냐’는 질문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당국은 곳간을 지킨다는 개념이 강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곳간을 여는 사람들 아니겠냐”며 “곳간을 지키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아직 정기국회가 한 달 정도 더 남았다. 12월 2일까지 예산이 확정된다”며 “한 달 좀 넘는 기간 동안 이 부분(전국민 재난지원금 예산 반영)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려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증액이 필요하다. 이는 기재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홍 부총리의 ‘벽’을 넘어야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과 함께 (기재부와) 협의하고 조정하고 설득하는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국민 모두가 입은 피해에 비해서 국가지원규모가 크지 않다”며 전국민에게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경제 회생과 국민들의 헌신과 협력에 대한 위로와 보상 차원에서 추가 지원, 일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구상하고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 금액에 대해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며 “1인당 100만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48만~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수행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홍 부총리는 31일(현지 시각)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로마까지 와서…”라며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