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없이 문재인 정부 임기가 종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권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연금개혁을 못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의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던 시점에도 현 정부의 연금 개혁 의지가 크지 않았던 점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내에서도 연금 개혁의 기회를 놓친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왔다. 연금 보험료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연금 개혁 과제를 미뤘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5년, 성과와 과제 연속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아래 왼쪽 네 번째)와 의원들, 김연명 중앙대 교수(아래 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의 9%(보험료율)를 보험료로 내고 노후에 생애 소득의 40%(소득대체율)를 받도록 설계된 국민연금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봐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보험료를 받을 사람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금 개혁이 늦어지면 피해는 미래 세대에 돌아가게 된다. 2057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해 걷은 보험료를 그해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방식(부과 방식)으로 이행해야 하고, 그럴 경우 소득의 30% 안팎을 보험료로 내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 전문가인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5년 성과와 과제' 1차 토론회에서 '소득 보장과 복지 전달체계'라는 주제의 발제자로 나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문제에서는 획기적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민연금 개편은 미완의 과제로 남겨놓았다"며 "이는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냈다.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며 연금 전문가로 유명했던 김 전 수석이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발탁될 당시만해도 국민연금 개혁이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컸지만, 정부는 2018년 4차 국민연금재정계산 이후 사실상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지난 2018년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이날 토론자로 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4차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2019년 경사노위 산하 연금개혁 특위에서 3가지 안을 제안하였고, 다수안은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로 10년에 걸쳐 인상하는 안이었으나 제도개혁이 추진되지 못했다"면서 "제5차 재정계산을 토대로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여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연금개혁 실패의 원인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의 핵심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이었어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 상황이 닥치면서 가계 소득 등이 전부 악화하는 와중에 보험료 인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안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코로나 사태가 닥치면서 연금 개편 동력을 상실했다"면서 "제대로 진척이 안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충격이 본격화 된 시점은 2020년 3월부터인데, 그 전부터 정부여당에서는 연금개혁 추진의지가 사라진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통한 국민연금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임기 내 별다른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청와대는 2018년 가을 보험료율을 9%에서 11~13%로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보고 받았지만, 이 소식에 논란이 일자 없던 일로 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로 공을 넘겨버렸다. 이후 2019년 8월 경사노위 연금특위가 세 가지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단일안으로 정리해야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끝내 단일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연금개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4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서서 욕도 먹고, 돌팔매도 맞으면서 설득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했고, 이동학 최고위원은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들다)를 말하며 집권한 우리 정부에서 연금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김연명 전 수석은 "(연금 개혁은)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임기 초의 좋은 기회를 놓친 뒤 다음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이 인기에 도움이 안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물론, 국민의힘 후보직을 놓고 선두 다툼을 벌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아직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