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허가 총량제, 주4일제, 일반적 징벌적 손해배상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인화성 강한 경제 정책을 즉흥적으로 선언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내용의 정책 관련 후보 발언 뒷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야당은 “아무말 대잔치”,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 후보의 장점인 ‘정치적 순발력’이 집권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상황에서 중요한 리스크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좋은 규제가 필요하다”며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주4일제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지 묻는 JTBC 질문에는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 4일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장기적인 국가과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비판 보도가 이어지자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 발언을 수습하느라 부심했다.
신 대변인은 ‘이 후보의 음식점 총량제 검토 발언과 관련 추가 검토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아니다”라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야당이 아무말 대잔치라고 하는데,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아직까지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 주요 인사들은 전날 이 후보 ‘음식점 총량제’ 발언 보도 직후, 그 맥락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후보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내놓은 발언이라, 현장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후보 발언에 대한 해명이 계속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대변인은 ‘주4일제 공약을 후보 측에서는 당과 협의한다고 하는데, 논의된 것이 있느냐’라는 물음에도 즉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이 후보는 입법·예산 부분 당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여러 회의나 미디어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후보가 제안하는 정책을 적극 검토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아무말 대잔치가 발동걸리기 시작했다”며 “둘 다 전형적인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가가 국민 개인의 삶까지 설계하겠다는 것인가. ‘선량한’ 국가가 주도하는 ‘선량한’ 계획경제라도 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했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재명 ‘헛소리 총량제’부터 실시해야겠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가 캠프 또는 당과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정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마포구 한 음식점에서 연 ‘을(乙)의 권리 보장’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예정에 없던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다수 약자를 상대로 불법적·고의적으로 피해를 입혀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할 경우, 일반적 징벌배상을 대대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당초 사전 배포된 기자회견 원고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본 공약 발표에 앞서 이 지사가 즉석으로 꺼낸 발언이었다.
이 지사는 당시 “최근에는 언론이 관심 갖는 가짜 보도에 대해서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논의되는 등 개별 단위로만 징벌 배상이 논의되고 있다”며 “일반적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검토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공약 발표 직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서는 “이번에 을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문제를 현장에서 목도하면서 이런 걸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저의 공식적 의지라고 생각해주셔도 된다”고도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불법 행위가 고의적·악의적인 의도로 이뤄졌을 경우,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개별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 지사가 말한 ‘일반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상법 등을 개정해 상행위 전반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의미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발언이라 충분한 설명은 없었고, 지금까지 관련 정책은 물론 해명도 추가되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치적 순발력에 있어서는 후보가 현역 정치인 중 그 누구보다 발군이고 이를 활용해 당 부대변인에서 대선 후보까지 단숨에 체급을 키웠다”면서도 “부대변인이나 기초 단체장과 달리 대통령 후보가 내놓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서 다각도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