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이재명 캠프 총괄 부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25일 공개됐다.
2013년 9월 취임한 황 전 사장은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2015년 3월 사퇴했다. 그 이후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대장동 사업 추진을 주도했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4일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황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윗선'의 압력을 받고 사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사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이 지사 개입 여부' 등을 묻자 "나중에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사퇴를 종용해 사직서를 받아냈다면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며 "최종 지시자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2015년 2월 6일 오후 3시 10분쯤 황 전 사장 집무실을 찾아가 사직서를 요구했다.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유동규씨는 '유원'으로, 유한기씨는 '유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각각 공사 내 1⋅2인자라는 의미였다. 유씨는 지난 2019년부터 포천도시공사 사장을 맡고 있다.
약 40분 분량의 녹취록에서 유한기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써주십시오.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 써주십니까"라며 사직서 제출을 14차례 요구했고,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 실장'을 수차례 언급했다.
황 전 사장이 "정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이 당신에게 (사직서 제출 요청을) 떠미는 것이냐"고 묻자, 유씨는 "그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양쪽 다"라고 대답했다. 황 전 사장이 재차 "그래? 정 실장도 그러고 유동규도 그러고?"라고 묻자 유씨는 "예. 정 (실장)도 그렇고 유 (전 본부장)도 그렇고 양쪽 다 (요청)했다니까요"라고 답했다.
황 전 사장은 "내가 (사직서를) 써서 줘도 (이재명 당시) 시장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한테는 못 주겠다"고도 했지만 유씨는 사직서를 계속 요구했다. 황 전 사장이 "그래 알았어. 내주에 내가 해줄게"라고도 했지만 유씨는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납니다. 아주 꼴이 아닙니다"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황 전 사장은 결국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씨가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이날은 대장동 사업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었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배포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정 전 실장은 조선일보 통화에서 "어느 누구와도 황 전 사장의 거취 문제를 의논한 적 없다"며 "성남시 산하기관 인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김은혜 의원실에서 공개한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의 대화 녹취록.
유한기 : 사장님 허가도 그래서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논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걸 못 믿습니까? 하시라도 일할 뿐이다. 해서 가져온 거 아니에요. 그건 이미 사장님 결재 나서 저한테
황무성 : 정실장 얘기 듣고 얘기했던거고, 정실장이 당신한테 얘기했어?
유한기 : 아 얘기 했지 않습니까? 그때 내가 그 뒤에도 언제 갈겁니다.
황무성 : 언제 언제 만났어, 정실장?
유한기 : 처음에 가기 전에 막 유동규 이야기 할 때 1월말 그 전에, 내가 사장님이 얘기할 때 정 실장 얘기 듣고 얘기했지. 정 얘기 듣고 한거 아닙니다. 그 뒤에 또 호주 가기 전에
황무성 : 정실장이 두 마디 하는 얘기네
유한기 : 두마디 합니다. 여태 그걸 아직도 솔직히 사장이 너무 순진하세요.
황무성 : 그러니까 당신한테 하는 얘기하고 나한테 얘기하는 것 하고
유한기 : 다릅니다.
(중략)
황무성 :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번 만날게
유한기 : 아니 주세요
황무성 : 당신이 그렇게 할 경우는 아닌거 같아
유한기 : 왜 아니에요,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왔는데
황무성 : 아니 모신거야...
유한기 : 봐준건 제가...
황무성 : 일단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서 했잖아
유한기 : 사장님 그렇게 공식적으로 저거를 해서 들어오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사장님 빽이 있었습니까, 아니면 뭐가 있었습니까? 다른데도 다 그렇게 들어왔고
근데 공적이 있고 그런 사람도 들어온 사람들도 1년 반 1년이면 다 갔습니다.
사장님은 외람되게 말씀이지만 너무 순진하세요. 너무 모르십니다. 이걸 너무 모르세요. 그래서 제가 안타까웠어요. 그저께도 아니냐 돈 받고 아니 그건 저건 끝내고 사장님은 안 된다고
황무성 : 아니 뭐 그게 지꺼야 원래? 뭐 그걸 주고 말고 할 거야
유한기 : 아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거 아닙니까 대신. 저기 뭐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
(중략)
황무성 : 유동규를 만나서 얘기는 해봐야지, 확인은 해야되고
유한기 : 저한테 주고 만나서 얘기하십시오.
황무성 : 왜 그럴 이유가 없잖아.
유한기 : 왜 이유가 없어요. 이미 두 사람이랑 나한테 다 얘기를 했는데
황무성 : 그럴 이유가 없어
(중략)
유한기 : 어제도 그제도 쭉 얘기를.
황무성 : 어제도 그제도 얘기했어? 누가?
유한기 : 누가 그럽니까?
황무성 : 당신말이 왔다 갔다 하거든 정이라고 했다가 유라고 했다가
유한기 :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다 했다니까요. 왜 그렇게
황무성 : 알았어. 내가 정리 할 테니까 당신
유한기 : 아니 뭐 사장님 몇 번 정리하신다고 했잖아요.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고 했었고. 금요일날 한다고 지난주도 그러셨고. 금요일날 시의회 끝나고 한다고 시의회
황무성 : 아 금요일날 했잖아요.
유한기 : 엊그제가 시의회죠.
황무성 : 이미 뭐 나머지는 시의회까지 하는 그거지. 월요일도 있고 수요일도 있잖아.
유한기 : 아니요 그건 요식행위입니다. 요식행위
황무성 : 당신이 엄청난 역할을 맡았구나. 보니까, 그치? 정실장이나 유동규가 직접 말은 못하겠고
유한기 : 저한테 그역할 당신이 데려왔으면 당신이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고
(중략)
황무성 : 알았어. 그래 알았어. 내주에 내가 해줄게
유한기 : 아닙니다. 오늘 아니면 오늘 해야 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어느 누구 다 박살이 납니다. 아주 꼴이. 꼴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