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결합해 시작됐던 신흥동 제1공단 부지 공원 조성사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치 스타일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다. 이 후보가 대장동에서 공익 환수했다고 주장하는 5503억원의 절반이 넘는 2761억원이 이 사업에 투입됐지만, 성남 시민사회는 공원 조성 공약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분당 등 신시가지에 비해 낙후된 구시가지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조타운 유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선 후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내던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의에 공약을 현실에 맞게 수정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지점이라는 평가도 내린다.
이 후보는 성남 구시가지의 제1공단 부지를 공원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구릉지가 많은 성남 구시가지에 평지공원이 없는 상황에서, 제1공단 부지라는 널찍한 평지가 비어있으니 이를 공원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공약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조선비즈가 찾아간 제1공단 부지 공원 공사현장은 '평지(平地) 공원'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성남시의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계획을 보면, 공원 중심부에는 '사계절 썰매장', '폭포 계단길'처럼 가파른 경사를 활용하는 시설들이 배치됐다. 경사를 따라 객석을 배치한 '야외 소공연장'이나 구시가지 쪽을 내려다보는 '전망 광장'도 있다.
이는 성남시가 2013년 4월 수정구 단대동에 있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을 제1공단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이 부지에서 가장 평평한 땅을 공원 부지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구시가지에 있던 기존 법원·검찰청 청사가 낡고 좁아 이를 옮겨야할 상황이 됐는데, 이들 기관이 분당구의 신시가지로 이전할 경우 구시가지 공동화 충격이 클 수 있단 우려가 법조단지의 제1공단 이전을 뒷받침하는 명분이 됐다.
애초 제1공단 공원화를 추진한 시민사회의 바람이 평지 공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이 후보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에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2013년 4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1공단 공원부지에 법조단지를 유치하는 것은 도시의 허파로서 시민들의 휴식처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이재명 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제1공단 전면공원화를 공약으로 당선된 만큼 전면공원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추진하라"고 했다.
이들은 같은해 5월 13일 논평에서는 "구시가지에 필요한 평지공원 확보가 핵심인 제1공단 전면공원화 정책이 후퇴했다"며 "성남시의 일방적인 법조단지의 제1공단 이전 발표는 이재명 시장이 천명해 온 시민의 시정 참여를 이끌어 내는 거버넌스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법조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기존 희망대공원의 일부 확장이라는 의미로 공원 계획이 축소될 것은 명약관화"라며 "노인세대는 가파른 경사로 인해 올라가 보지도 못할 공원을 베란다에서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2018년 3월 9일에는 "(이재명 시장은) 약속을 이행치 않은 채 귀중한 8년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고, 여러 치적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측 핵심관계자는 이같은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의 비판 입장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 시정에 대한 비판을 할 수는 있다"며 "(당시) 사업취지나 방향성과 추진현황 등을 설명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제1공단 공원화를 포기하는데는 적잖은 고심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 후보가 창립부터 10년간 함께 한 친정이면서, 정치권으로 발을 딛게 된 교두보였기 때문이다. 또 제1공단 공원화는 이 후보와 측근들이 주도한 핵심 지역 정책이었다.
이 후보는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전신인 성남시민모임에서 1995~2005년 핵심 직책인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 후보는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이력 두 가지를 '전 성남참여연대(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 '현 민주당 부대변인'이라고 쓸 만큼 시민사회운동 경력을 중요하게 내세웠다. 또 이 후보는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시절인 2002년 '제 1공단 녹지문화공간 만들기 시민운동본부' 결성을 주도했다. 이 후보와 가까운 이영진 경기문화재단 경영본부장은 시민운동본부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반면 성남지역 구시가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제1공단에 법원·검찰청을 이전시키기로 하면서 성남시내 지역 격차 확대를 다소 완화시켰다는 안도의 한숨도 나왔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이 후보의 실용성에 대한 긍정 평가한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