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국회 상임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후보는 ‘기승전 국민의힘 때문’이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말 바꾸기와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불리한 질문 앞에서는 머뭇거렸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국감 결과를 자찬하고 있지만, 대장동 개발사업 특검을 거부하는 이 후보에 대한 마뜩잖은 시선도 여전하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한) 특검 수사만이 국민의 분노를 진정시키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① 18日 유동규 ‘가까운 사람’이라더니...20日 “인사 과정 기억 안 나”
이 후보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청 국감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과의 관계에 대한 야당의 질문에 ”'측근’이 법률상 용어가 아니라서 정확히 말 할수는 없지만, 그분이 선거 도와준 것이 사실이고 가까운 사이가 맞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그러나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선 “그에 대한 인사 과정은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특히 심재명 정의당 의원이 이날 “유동규씨는 지사님이 임명한 게 맞죠?”라고 묻자, 이 후보는 “아니…, 그러니까…, 저…. 아까 말씀드렸는데 그게…”라며 즉답을 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 이 후보는 “제가 임명을 했는지, 아니면 그게 제 권한인지 잘 모르겠다”고 물러섰다. 심 후보가 “(유 전 본부장을) 임명 안 하셨느냐”고 재차 따졌고, 이 후보는 “저는 제가 사인(결재)을 했는지, 권한이 저한테 있었던 건지, 본부장 임명 권한이 누구한테 있는 건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앞서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을 배신했고, 최근에 통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20일 국감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아내와 이혼하는 문제가 있어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며 근황을 전했다. 이 후보는 20일 국감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남욱 변호사를 언제 알았나”라고 묻자 “(최근)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어 “선거 때 악수 한 번 했을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을 아는 관계라고 할 수 있겠나. 다만 (주변 인물인)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를 만나서 도모하는 것을 눈치 챘으면 즉시 해임했을 것”이라고 했다.
②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말 바꾸기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지난 18일 국감에서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넣자는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배임죄를 자인한 꼴이라고 20일 비판했다. 대장동 사업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막아, 과도한 민간 이익을 돌아가게 한 사업 구조를 이 후보가 설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 후보는 18일 “정확히 말하면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한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다”라고 했다.
야당의 지적이 일자 20일 이 후보는 자신이 건의를 거부한 것이 아닌 성남도시개발공사 내 검토 과정에서 그랬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취지라고 말을 바꿨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추가 이익 환수조항 건의를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누가 건의한 것인가”라며 “(이 후보가) 하루 만에 주어를 바꿨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20일 오전 국감이 끝나자 페이스북에 “‘초과이익환수조항 삭제’가 아니라 ‘초과이익환수 의견 미채택’으로 표현해 달라”고 언론에 당부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후보는 “재벌 회장에게 채택 안 된 계열사 대리 제안을 보고하나”라며 “못 들어봤고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답변을 두고 “민간 초과이익 환수를 할 수 있는 걸 차단함으로 4040억원, 그리고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화천대유에게 몰아주는 걸 이 후보가 결국 하게 했다는 것, 그게 바로 배임”이라며 “그래도 몰랐다고 하면 그건 무능”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불행하게도 저는 당시 이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라며 “당시 예정이익이 3600억원이었기 때문에 그 절반을 받았는데 협상 중 1800억원의 상대 몫이 혹시 더 되면(늘어나면) 받자는 실무의견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배임이 될 수 있나”라고 맞섰다.
박수영 국민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배임죄 적용에 관해 이 후보가 급하긴 급해진 모양”이라며 “‘초과이익환수조항 삭제’가 아니라 ‘초과이익환수 의견 미채택’으로 표현해 달라는 내용은 적극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미채택했으니, 배임의 책임이 줄어든다는 뜻”이라며 “적극적 배임이 아니라 소극적 배임으로 봐달라는 자백과 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잘못된 설계 때문에 8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특혜가 발생한 건 마찬가지”라고 썼다.
③ 무조건 국힘 탓으로 일관
이 후보는 무조건 야당 탓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18일 “대장동 개발사업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공공개발을 막았고, 어쩔 수 없이 민관공동개발로 추진했다”고 한 이 후보의 발언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은날 원희룡 전 지사의 유튜브 채널 ‘원희룡TV’ 방송에 출연해 “일단 이 후보는 (성남시장 당선 전) 변호사 시절 (대장동을) 민간개발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고, 성남시가 적극 돕겠다”고 했다면서 이 후보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때 ) LH에서 하는 공공개발을 자기가 중단시킨 다음에 (대장동 민관합동개발이) 나갔다”며 “지금은 자기가 원래부터 공공개발을 하려고 했고, 그걸 반대한 게 국민의힘 쪽이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대장동 사업 시행자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선정될 당시인 2014년 성남시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다수였다”면서 이 지사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취임 후 채무가 과다해 갚지 못하겠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시 정부가 공공개발을 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지방채 발행하는 것을 시 의회가 승인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지자체가 수천억원 지방채를 또 발행한다는데 대체 어떤 시의원이 승인해주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 후보 출마 당시에는 ‘민영개발 우선’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시장 당선 후 ‘대장동 민영 검토’ 지시를 했다는 성남시 고위공직자메모도 발견됐다”고 했다. 이 후보는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 과거 새누리당이 당의 공론으로 공공개발을 못 하게 막았고 민간개발을 강요한 것”이라며 “개발 이익을 차지한 민간업자에게 어떤 형태든 금전 이익을 나눈 건 국민의힘 소속 의원, 또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민의힘에 가까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민간개발이익 보장 4대 조치’ 등 준비한 자료판도 들고나와 역공을 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자꾸 과거 사람들을 ‘국민의힘 당원이다’ 이러고 얘기하는데 지금 그분들 국민의힘 당원도 아니다”라며 “의도적으로 모든 걸 국민의힘에 다 가져다붙인다”며 반발했다.
④ 국감장서 “흐흐흐” “하하하” 태도 논란
국민의힘은 18일 이 후보와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 성남 기반 조폭 조직 ‘국제 마피아파’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보는 관련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 어이가 없다는 듯 “흐흐흐”라고 총 12번 웃었다. 마지막에는 “무슨 학예회하냐”고 했다. 이에 대해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을 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장동 게이트에 온 국민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여서 이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지사는 조폭 조직인 ‘국제 마피아파’ 출신으로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모씨의 진술서와 사실확인서, 공익제보서를 근거로 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있는 도중, 마이크에 소리가 잡힐 정도로 크게 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대변인은 “국정감사는 행정부에 대해 국회가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정치 행위”라면서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된 이 지사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 부패 스캔들에 있어 최종 의결권자다. 70%가 넘는 국민이 특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 지사가 시종일관 비웃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은 이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과장해 표현하려는 의도가 깔렸음과 동시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20일에도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돈을 주지 않아서 서운했냐”는 질문에 “하하하” 소리 내 웃으며 “재밌는 이야기 잘 들었다”고 우롱하듯 말했다.
⑤ “개인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국감 질의권까지 막나” 비판도
이 후보는 국감에서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18일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과 질의 중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한데 이어 20일 국감에서는 시작과 함께 “저의 개인적인 일, 저의 과거에 관한 일, 경기도지사 업무와 관련 없는 일, 국가 보조사업과 관계없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제가 답을 못 드리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행안위 국감에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국회의원의 국감 질의권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지방정부 자치사무에 대한 ‘노터치’를 주장하는 이 지사는 왜 (과거) 남양주시에 대해 감사를 했었는가”라며 “명백한 이중잣대이자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민들에게 대장동 비리로 좌절, 박탈감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를 경시하고 민주주의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⑥ 李 “가짜뉴스, 왜곡된 정보 불만”...洪 “특검 수사만이 진실 밝힐 것”
이 후보는 20일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가 많다”며 불만도 토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진실을 명백히 밝힐 수 있는 특검은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20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수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홍 의원은 이날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대장동 비리에 대해 한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즉각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특검 수사만이 국민의 분노를 진정시키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집권하는 즉시 대장동 비리 등 ‘거악과의 전쟁’을 선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