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로 있으면서, 경기도정과 관련이 없는 ‘기본 시리즈’ 공약을 홍보하는 국회 행사를 경기도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여러 차례 치렀다는 ‘지사 찬스’ 지적이 18일 제기됐다. 국회 토론회 한 번에 들어간 경기도 예산은 1200만원이다.

지난 1월 26일, 4·7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 참석,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입수해 18일 공개한 경기도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6월 국회 근처 호텔에서 주최한 ‘기본금융’ 토론회를 전후해 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작성, 경기도 경제실장 전결로 처리했다.

공문을 보면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의원 19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이재명 캠프의 핵심 참모들이었다. 이 후보가 코로나19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돼 불참하면서 이용철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환영사를 대신 읽었다.

경기도가 한 참석자의 서면 질의에 회신했다며 공문에 첨부한 이메일을 보면 “기본대출은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기본’ 시리즈의 하나”라며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공문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의 소요예산은 1200만원으로 기재됐다. 호텔 대관료에 360만원,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포토월 설치에 95만원, 포스터와 플래카드 제작에 150만원, 자료집 발간 등에 300만원의 예산이 각각 산출됐다.

또 이 후보와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을 지낸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발제자 2명에게 각 50만원, 토론자 3명에게 각 35만원씩 수당을 지급했다. 전부 경기도 예산이었다.

경기도 여러 부서가 토론회 2주 전부터 행사장 안팎을 꼼꼼히 챙긴 기록도 공문에 첨부된 ‘체크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 리스트를 보면 도 공무원들은 행사 6일 전 여의도에 포스터와 현수막을 게시했고, 5일 전 중앙부처 등에 홍보 공문을 보냈다. 당일에는 이 후보 동선에 따라 움직였다.

경기도와 국회의원 41명이 공동 주최한 기본금융 국회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렸다. /경기도 제공

지난 1월 같은 장소에서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본주택’ 토론회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전결로 처리된 이 행사의 결과 보고서를 보면, 역시 캠프 핵심 참모 위주의 민주당 의원 20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경기도는 결과 보고서에서 ‘기본주택을 위한 법령 개정 및 제도 개선, 국회 입법 협의 지속 추진’을 과제로 꼽으며, 사실상 이 후보의 집권 전후 계획을 거론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지난 5월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토론회를 역시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형식으로 열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을 홍보하는 자리에 경기도민들의 혈세가 투입됐다. 경기도가 이 후보의 홍보대행사로 활용된 격”이라며 “그가 지사직을 선뜻 그만두지 못한 배경 또한 이런 지사찬스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