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2차 컷오프(예비경선)에서 마지막 1장의 티켓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차지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경쟁구도는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4파전으로 재편됐다. '4·15 총선 부정선거'론을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황교안 전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탈락한 반면, 온건 개혁 보수라는 평가를 받아온 원 전 지사가 본선에 진출하면서 국민의힘 당심의 변화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2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8명의 경선주자 가운데 안상수 전 인천시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탈락했다.
반면 원 전 지사의 4강 진입은 이변에 가깝다. 여론조사 지지율로 보면 최재형 전 원장에게도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2021년 10월 첫째 주(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이재명 경기도지사 25%, 윤석열 전 총장 20%, 홍준표 의원 1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8%, 유승민 전 의원 2%, 최재형 전 원장 1% 순이었다. 5%는 그 외 인물을 선택했는데, 1.0% 미만이 12명에 이르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으로 상위권을 형성해온 윤 전 총장, 홍 의원, 유 전 의원의 본선 진출은 상수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지지율이 대부분 여론조사 오차 범위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작았던 나머지 후보군 중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
원 전 지사 당선 배경으로는 TV토론을 통해 윤 전 총장 및 홍 의원에서 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던 모습, 광역자치단체장 경험을 통해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대장동 1타 강사' 컨셉을 내세운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최근 윤석열 전 총장이 '무속인 논란' 등에 휩쌓이면서 이탈한 기독교계 지지층 일부가 원 전 지사와 황 전 대표사이에서 고민하다 원 전 지사를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원희룡 캠프에서는 전날까지 "윤 후보의 손바닥의 왕(王) 자, 그리고 무속, 미신에의 의존과 같은 구설수가 주말 전국의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문제가 되고, 이렇게 결집한 표가 엉뚱하게 선거개표 이슈와 물려 황교안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이밖에 우클릭한 최재형 전 원장을 지지하던 중도 성향의 지지층 등이 지지대상을 바꾼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원 전 지사는 4강 후보에 들면서 TV토론 등 앞으로 진행될 대선 후보 선출 경선 일정에서 나머지 빅3와 같은 비중의 시간과 공간을 배정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