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재임기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돌아갔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 지사가 경기도정을 맡은 2018년 이후 사업 방식이 변경된 ‘평택 현덕지구’ 개발 사업도 대장동 사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우려된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현덕지구 개발사업 추진계획 보고/ 김은혜 의원실 제공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유사한 구조로 설계된 황해경제자유구역 평택 현덕지구 개발 사업이 경기도의회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도 계속 추진되고 있으며, 대장동 사업에서도 문제가 된 ‘초과이익 환수’ 장치의 존재가 불확실하다는 우려다.

황해경제자유구역 평택 현덕지구 사업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신영리, 현덕면 장수리, 권관리 일원 약 231만㎡(약 70만평)을 개발해 유통·관광·주거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공개한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의 ‘경기주택도시공사(GH) 평택 현덕지구 공공주도형 민관합동방식 조성사업 신규출자 동의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지구 개발 사업은 2020년 5월 지방공기업평가원으로부터 재무·경제·정책적 측면에서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 보고서는 “출자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며,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역이 낙후되지 않아 개발이 시급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당초 이 사업은 2014년 1월 민간 사업시행자가 지정돼 민간 개발로 추진돼왔다. 중국 부동산, 건축 자재 회사인 역근그룹 등 중국 자본 70%와 한국 자본 30%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 중국성개발이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입국 관문인 평택항 인근에 여의도 약 80% 면적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타운’을 만들어 2022년까지 1만 객실 규모의 호텔과 쇼핑 시설, 한류(韓流) 공연장 등을 조성해 연간 2000만명의 유커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취임한 직후인 2018년 8월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개발방식을 민관합동으로 바꾸었고, 민관합동 개발안은 2020년 12월 ‘여대야소’인 도의회를 통과했다. 이후 현덕지구 사업은 지난해 12월 민간사업자 공모 평가위원회를 통해 대구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평택시 황해경제자유구역청 현덕지구

현덕지구 사업이 대장동 사업 모델과 유사한 만큼, 민간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경기도의 ‘현덕지구 개발사업 추진계획 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 지사의 결재 서명이 담긴 해당 자료에는 “조성원가 인하 및 민간 사업자 참여를 위한 황해청의 지속적 노력 요망함”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해당 자료는 경기도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이 현덕지구 개발사업의 추진 경위와 문제점, 추진 방향 및 향후 계획 등을 이 지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이 지사의 결재 사인과 결재 일자 도장이 2019년 10월 2일로 찍혀있다.

야당에서는 해당 메모도 이 지사가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가는 낮추고, 민간 사업자 참여를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대장동처럼 싼값에 땅을 수용해 비싼 값에 팔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현덕지구 사업의 지분율은 경기주택도시공사 30%+1주, 평택도시공사 20%, 대구은행 컨소시엄 50%-1주이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대장동 사업과 매우 닮은 구조다. 이 지사는 지난 2019년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현덕지구는 평택항과 평택호관광단지, 서해안고속도로는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들어선 산업단지와도 인접해 있어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잘 추진하면 개발이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현덕지구 사업도 민간의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 장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경기도가 국회에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초과이익 환수 방안이 민간사업자와의 협약에 담겨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김은혜 의원은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가 시장일 땐 대장동으로 화천대유 멤버들의 배를 불려주더니 경기지사가 돼서도 평택, 포천 등 다른 지역까지 크고 작은 대장동으로 키워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