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1억여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공소장에 담긴 횡령 내역 중 일부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후원금이 담긴 계좌를 완전히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사실이 법무부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소장을 통해 지난 5일 드러났지만,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 경력을 이유로 윤 의원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공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6일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와 전주혜, 강민국 의원이 6일 국회 의안과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모금한 후원금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 중인 무소속 윤미향 의원 제명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윤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의당도 전날 ‘국회 윤리위원회 소집 후 징계 절차 논의’를 촉구하며 ‘데스노트’에 윤 의원의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사장 출신인 윤 당선인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선거를 위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당선됐고, 선거 후 양당이 합당하면서 민주당 당적을 갖게 됐다. 윤 의원은 지난 6월 22일 민주당에서 출당(黜黨)되면서 무소속 의원이 됐지만, 이는 후원금 유용 관련 의혹 때문이 아닌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윤 의원이 의원직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해 출당 조치를 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윤 의원에 대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고, 재판은 올해 8월부터 시작됐다.

◇ 정의당도 “국회 윤리위, 징계 절차 논의해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전주혜·강민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를 찾아 윤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추천됐지만,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만큼 국회의원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속히 의원직에서 내려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제 주머니 쌈짓돈처럼 쓴 데 대한 법원의 준엄한 심판부터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전날 윤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잘못된 습관과 공사 구분의 모호함으로 정의연 후원자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국회는 윤리위원회를 신속하게 소집하고 징계 절차를 논의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소득세 납부를 후원금으로 하거나 요가 강사비나 발 마사지숍 지출 내역이 확인된 점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시민들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윤 의원은 ‘한 점 부끄럼이 없다’, ‘억울하다’는 변명은 거두고 사실 그대로 명확히 해명해야 하고, 시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일 세력의 운동 폄하하기 위한 공세”라던 與 침묵... 윤미향, 범여권 일원으로 활동중

그러나 민주당은 윤 의원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법원의 판단까지 결정을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윤 의원의 후원금 유용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민단체 회계 처리가 주먹구구인 것은 비단 정의연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일부 의원 및 당선인들은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 의원이 부동산 문제로 출당된 점도 침묵의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6일 민주당 관계자는 “윤 의원은 우리 당 소속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당적이 없을 뿐, 최근까지 범여권 일원으로 순탄하게 활동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8월 모든 국회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성명서 연명과 SNS를 통한 챌린지 참여를 제안하고,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홍보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챌린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증언한 지 30년이 된 것을 기리는 메시지를 손팻말에 쓰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다. 민주당 도종환·서영교·정청래·정춘숙·이수진(서울 동작을)·장경태·최혜영 의원 등도 챌린지에 동참했다.

윤 의원은 지난 8월 14일에는 범여권 의원 103명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일본 정부를 향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본군의 조직적 전시 성노예 범죄임을 명확히 인정하며,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촉구하고,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피해자 중심의 인권원칙을 저버린 2015 한일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선언한 데 따른 후속조치 이행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윤 의원은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협작했던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선거 국면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보수정권의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