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공공개발'로 전환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금융회사들이 주주로 참여한 '성남의뜰'이 개발하는 구조를 자신이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불로소득 개발이익 공공환수' 신념에 따라서"라고 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말한 '공공환수' 중 일부는 모든 성남시민들에게 1인당 18만원을 일회성으로 나눠주겠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29일 나타났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8년 1월 29일 페이스북에서 "개발로 생긴 불로소득 5503억원 중 1822억원을 시민에게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1822억원을 당시 성남시 인구(96만명)로 나누면 대략 1인당 18만9000원꼴이다. 2018년 연말부터 1822억원이 순차적으로 성남시로 들어오고, 관련 조례를 만들어 2019년부터 시민들에게 1인당 18만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게 이 지사 구상이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말한 '개발 불로소득'은 대장동 사업 환수금이고, 그 중에서 성남 시민들에게 나눠주려 한 1822억원은 성남시가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 부지를 매각해 마련한 돈이다. 결국 저소득층을 위해 쓰려던 부지를 매각해, 소득에 관계 없이 성남시민에게 나눠주려 한 셈이다.
이 지사도 처음부터 임대주택 대신 '모든 성남시민에게 18만원 지급'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지사는 2017년 3월 7일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개발 이익금 사용처를 발표했고, 이 때 1822억원을 임대아파트 부지 매입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시장은 대장동 개발지구내 A10블록(4만7783㎡)을 돈 대신 받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려 했는데, 5개월만에 입장을 바꿨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그해 8월 계획을 대폭 수정해 부지 매각 공고를 냈다.
이 지사가 임대주택 부지를 매각하고 성남시민들에게 1인당 18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한 2018년 1월은 6·13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이 지사는 그해 3월 15일까지 시장직에서 사퇴해야 했다. 사퇴시한 한 달여 전 '전 성남시민 18만원 지급'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 지사는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기본소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때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이어서 '재난지원금'과 같이 전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한 적이 없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24세 청년에게 1년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만 실시했을 뿐이고, '전 시민'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지는 못했다. 이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경기지사 선거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임대주택 부지를 팔아 성남시민에게 1인당 18만원씩 나눠주겠다는 계획은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던 이상호 성남시의회 부의장은 당시 "청년배당에 이어 시민수당까지 주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경기지사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시 "이 시장이 재임 시절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임 시장이 결정해야 할 일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후임 시장이 1822억원 사용처를 정하게 하라'는 비판에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제가 가진 권한으로 마지막 한 순간까지 시민의 이익, 성남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민에게 1822억원을 배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이 맡긴 권한(용도 변경, 인허가권)을 활용해 번 돈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게 왜 문제냐"며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채굴권을 석유회사에 임대해주고 얻은 수익금으로 오래 전부터 주민들에게 매년 10월에 1인당 100만~200만원을 배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성남시민들은 이 지시가 말한 '시민배당'을 받지 못했다. 은수미 현 성남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8년 7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임대주택 부지를 매각해 들어올 1822억원에 대해 "주거와 교통 분야에 쓰이길 선호하지만, 배당을 원하는 분도 있을 수 있어 이런 제 설계안을 밝히고 숙의에 부치려고 한다"며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