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가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는)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하는 생명체”라는 이유다. 그런데 이 지사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유기견을 입양했다가 경기도 지사가 되면서 데리고 가지 않아 ‘파양’ 논란을 겪은 적이 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 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 검토’를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당연한 조치이고 크게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은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하는 생명체”라며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개 식용은 사회적인 폭력일 수 있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개 식용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국민께 약속드렸다”며 “저는 개 식용 문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성남 모란시장을 5년여의 기간 동안 토론과 설득, 합의를 거쳐 정비해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복지는 곧 인간에 대한 복지다. 개 식용 금지와 반려동물 복지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면 우리사회는 지금보다 더 따뜻해지고 성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견 ‘토리’ 입양한 文대통령, ‘유기 반려동물’ 관련 보고 받아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그 뒤 문 대통령은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관계 부처에서 검토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은 ‘애견인’이라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반려견 마루·토리·곰이와 반려묘 찡찡이를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설을 맞아 국민들에게 보낸 SNS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은 “찡찡이가 설 지나면 17살 되는데 사람으로 치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라며 “마루가 15살, 유기견 보호센터 구조된 토리도 꽤 됐다”고 썼다.
믹스견인 토리는 유기견이다. 문 대통령이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날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며 입양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개 식용금지 검토’ 지시를 하기 전 김 총리에게 받은 보고도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방안’이었다.
◇유기견 ‘행복이’ 입양했던 이재명, 경기지사 갈 때 데려가지 않아
그런데 이 지사는 과거 유기견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4년 10월, 동물보호단체 카라로부터 유기견 ‘행복이’를 입양했다. ‘유기동물 입양 홍보’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지사가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 성남시에 남았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안광환 성남시의원은 “한번 버림받았던 행복이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이용하고 목적 달성 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개만도 못하다는 손가락질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당시 페이스북에서 “유기견 행복이 입양은 성남시가 한 것이지 시장 개인이 한 게 아니다”라며 “경기도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개인 소유가 아니어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카라는 행복이를 다시 데려와 새로운 보호자에게 보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0일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 식용 금지를 추진하겠다”며 동물복지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는 ‘채식 선택권과 비건문화 확산’도 포함됐다. 이 지사는 “임기 내 모든 공공기관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민간으로도 비건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육식은 자연 파괴와 기후 위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