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곽모(31)씨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등 명목으로 약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곽 의원은 이와 관련 "아들이 퇴직금인가 성과급을 받았다는 것은 아는데 정확한 것(액수)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남시장 재임 기간 벌어진 대장동 관련 의혹을 '악재'로 받아들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즉각 '뇌물' 의혹을 제기하며 대야 공세에 나섰다. 반면 야당은 대여 공격 카드가 자신들을 겨누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26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올해 3월 퇴사한 곽씨에게 50억 원을 지급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대학원에서 도시·부동산 개발을 전공한 곽씨는 지난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퇴사하기 전까지 대리 직급으로 보상팀에서 일한 바 있다. 화천대유는 곽씨의 첫 직장으로 알려졌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화천대유 측은 지급된 50억원이 모두 퇴직금이었다는 입장이다.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는 "직원이 퇴사를 했으니까 당연히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내부절차를 거쳐서 합법적으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앞서 곽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입사해서 겨우 250만원 월급받은 제 아들은 회사 직원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곽 의원측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까지 공개한 아들 곽씨의 급여는 연말 보너스와 고정 급여 외 수입을 제외하고 약 230~380만 원 수준이다. 2015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매달 약 233만 원을, 2018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는 매달 약 333만 원을, 이후 퇴사 직전까지는 약 383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퇴직금은 약 2200~2500만 원 규모가 되어야 한다.

곽 의원은 이와 관련 "아들이 퇴직금인가 성과급을 받았다는 것은 아는데 정확한 것(액수)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보통 회사에서 이만한 수익을 올린 회사가 있었나"라며 "회사가 벌었으니깐, 형편이 되니깐,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준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곽 의원은 또 "가까운 사람이 부동산 사업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찾고 있다기에 아들에게 관심이 있으면 지원해보라고 한 것"이라며 "아들은 말단 직원으로서 부동산 시행 사업을 구체화하는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의원은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석관을 지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사업의 흐름을 민영개발에서 공영개발로 바꾼 시점인 2014년보다 앞선 시점이다. 곽 의원은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거쳐 2016년 4월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재선에 성공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공격 받아온 이재명 지사 측에서는 즉각 '뇌물'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이고 수상하기 이를데 없는 엄청난 액수"라면서 "그 아버지가 아니면 그 아들이 그런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 의원은 "수십억씩 연봉을 받는 잘나가는 대기업의 CEO도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아간 사례가 드물다"면서 "이런 '신의 직장'에 '민정수석 출신' 곽상도 의원의 아들을 채용한 것 그 자체가 특혜"라고 했다. 이어 신영수, 원유철 전 의원 등 야권 정치인 및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이경재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실명을 거론하고 "화천대유 전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누구인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지사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남국 의원도 "법적으로는 퇴직금이라는 외형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뇌물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현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뇌물로 의심하는 것이 상식적이겠죠"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지난 23일 열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2차 토론회에서 두 명의 후보가 첫 인사말로 "화천대유 꼭 하십시오", "명절에 화천대유 하셨나"라고 할 만큼, 야권에서는 화천대유와 대장동 의혹은 이 지사를 공격하는 카드라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측은 이상일 공보실장 명의 논평에서 "일반통념이나 상식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이 문제도 대장동의 다른 모든 의혹과 함께 특검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상식으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실장은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추진한 대장동 개발의 모든 과정과 자금흐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검이 여야 가릴 없이, 성역을 두지 않고 모든 걸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곽 의원을 제명출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잘못했으면 누구든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 지도부는 당장 곽 의원을 제명·출당 조치하라"고 요구하며 "누가 연루됐건 어떤 식의 조사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스스로 깨끗하고 당당해야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지사의 불법과 비리 의혹을 응징할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는 신속하게 결단하라"고 했다.

원희룡 전 지사도 "잘못했으면 그게 누구든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민주당에서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즉각 수용하여 시작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게이트라 외치던 민주당이 이 상황에서도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거부한다면 국민 시야를 흐리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