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가 24일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선 캠프에 정책조정단장으로 합류하면서, 최 교수의 과거 ‘어록’이 다시 화제다.
경제사를 전공한 최 교수는 ‘좋은 채무론’ 등으로 확장재정에 따른 국가채무비율 증가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는 논리를 제공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기획재정부 때리기의 논리도 제공해왔다.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 구성 전환을 통한 ‘계급적 정책 결정’을 주장하면서, “한은이 돈을 마구 찍어서 물가가 100배 상승했다고 하면 돈 100억원 가진 사람은 돈의 실질가치가 1억원으로 줄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피해가 없다”며 “한은이 물가 안정만 신경쓰지 말고 돈 없는 사람이 돈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 교수님은 경제 대전환 전문가이자 기본소득 전문가”라며 최 교수의 캠프 합류에 대해 “천군만마와 같은 큰 선물”이라고 환영했다. 이 지사는 특히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사회적 투자’로 강조하시고 제시해준 ▲데이터 접근권 도입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기본소득 도입 ▲기본대출 도입 ▲국가고용보장제 도입의 5대 새로운 기본권 도입은 이재명의 핵심 정책공약”이라며 “’최배근의 전문성’과 ‘이재명 정치’의 결합! 정말 가슴 뛰는 일”이라고 했다.
◇'좋은 국가채무론’ 제시하며 정부여당 재정지출 정당화
정부여당은 당시 무제한적 재정 지출로 국가채무비율이 치솟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른바 ‘좋은 국가채무론’을 내세워 반박했다. 국가채무비율은 국가채무 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국가채무를 늘려서라도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GDP 하락을 막아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비율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4월 27일 방송 인터뷰에서 “국가채무액이 증가하지 않아도 올해 같은 경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해 GDP가 후퇴한다. 분모가 작아지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주요 국가들이 공격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GDP가 줄어드는 걸 최대한 막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6일에는 당시 국가 채무 비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국가채무비율 40%’에 대해서는 “(40%는) 족보도 없는 수치”라며 “(국가채무비율이) 40% 중반 정도 올라가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재정 건전성을 우리는 유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후 청와대와 여당에서 이와 유사한 논리가 뒤따랐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해 5월 14일 민주당 강연에서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성장률을 지탱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취지의 언급, 이해찬 당시 당 대표의 지난해 5월 25일 “GDP의 총량이 줄어들지 않아야 국가채무비율도 유지될 수 있다”는 언급 등이다.
최 교수는 같은해 7월 6일에는 “한국은 재정수지 적자가 OECD 34개국 중 두 번째로 낮은 나라”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은 한번이 아니라 최소 서너번은 더 줘야 한다”라며 관련 주장을 이어갔다.
최 교수는 홍남기 부총리를 필두로 한 기획재정부 때리기의 논리도 제공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5월 6일 기획재정부 등이 국가채무비율을 40%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것에 대해 “관료 개개인은 굉장히 성실하고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있지만, 조직의 기득권 논리가 있다고 본다”며 “소위 말해서 우리가 검찰의 조직에 기득권이 있듯이 기재부도 어떤 관료 조직의 기득권이 있다”고 했다.
◇”한은, 물가 안정만 신경쓰지 말고 돈 없는 사람이 돈 확보하게 해야”
최 교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노동자 자영업자 등 계층을 대변하는 위원 몫을 할당해 이들의 이해관계를 통화·금융안정 정책에 반영하자는 주장도 했다. 이른바 금통위 구성 전환을 통한 ‘계급적인 정책 결정’ 주장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16일 민주당 당내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금통위 위원 일곱 명 중 한 명은 전국은행연합회, 한 명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추천한다. 소비자·노동자·자영업자·청년을 대변하는 위원은 한 명도 없다”면서 “한은 금통위 의사결정 구조가 사회 대다수의 그것(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에서 가장 공정하지 않은 분야가 금융”이라며 “금융이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인데도 한은이 너무 역할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은이 돈을 마구 찍어서 물가가 100배 상승했다고 하면 돈 100억원 가진 사람은 돈의 실질가치가 1억원으로 줄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피해가 없다”며 “한은이 물가 안정만 신경쓰지 말고 돈 없는 사람이 돈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여당은 ‘한은·금융 민주화’를 언급하며 최 교수 주장을 퍼트렸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간담회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인 금융의 민주화 등 과제가 많다”며 “국회에서 제도 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물가안정을 넘어 고용창출과 자영업·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금리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통위에서 특정 계층의 정치적 입김을 받게 된다면 중앙은행으로서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사 전공 후 2000년대 들어 활발한 대외활동
최 교수의 전공은 경제사 분야다. 박사 학위를 얻은 뒤 발표한 초기 주요 논문 및 기고를 보면 ‘20세기 전반기의 단체교섭제하(下) 노동조합이 생산성에 미친 영향: 미국탄광산업을 중심으로(1991)’, ‘시민사회(론)의 불완전성과 공민(公民)의 역사적 성격(1993), ‘한국중세 소농사회와 공민(1993)’, ‘역사철학의 재정립을 위한 소론: 유물론적 역사개념과 상대이념적 역사관(1993)’, ‘한국사에서 근대로의 이행 특질과 근대의 기점(1997)’ 등이다.
이후 2000년 이후 재정 또는 통화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을 수도 있으나 관련 연구 실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최 교수는 2000년대 들어서는 대안연대회의, 하남민주연대, 대선교수네트워크, 전국대학교수회, 푸른교육공동체 등을 시작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최 교수가 시장 및 전문가와 다른 차원에서 연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7월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 교수에 대해 “최배근 교수님 하시는 말씀을 저도 자주 듣고 있다”며 “조언과 비판은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너무 적은 정보로 너무 많은 판단을 하시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교수의 활동은 이후 오히려 더 확장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은 민주공화국을 거부하고 ‘검찰공화국’을 유지하려는 검찰에 대한 개혁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20년 이순신 장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 장관 교체를 입에 담는 이들이 바로 토착왜구 혹은 그들의 협력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