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과 관련해 연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영화 '아수라'를 결부시킨 공세를 쏟아내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3일 현재 네이버·구글 등 주요 포털 검색창에 '아수라'를 입력하면, 자동완성 기능으로 '아수라 이재명'이라는 검색어가 제시된다.
2016년 개봉한 '아수라'는 가상의 지자체 '안남시'의 도시개발 둘러싼 정치인과 경찰의 부정부패 등을 다룬 영화다. 악덕시장 박성배와 비리형사 한도경을 각각 황정민, 정우성 등 특급 배우가 맡아 관심을 끌었다.
'아수라'는 개봉 당시에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악인이고, 범죄에 대한 묘사가 잔혹해 259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개봉 당시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었다. '추격자', '황해', '곡성'을 만든 나홍진 감독이 '아수라'에 대해선 ''프레임 안에 모든 게 스승"이라는 극찬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년 전 개봉된 영화를 실시간 검색어 등에 재소환 시킨 것은 야당 정치인들의 역할이 컸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가상 도시 '안남시'의 명칭 등 일부 소재가 성남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가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포문을 연 정치인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 홍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과 관련 이 지사를 향해 "참 뻔뻔스럽다. 꼭 '아수라'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이 지사측이) 참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천문학적인 비리사건을 빠져나가려고 한다"면서 "토건비리 커넥션은 바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주도해서 저지른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이라고 했다. 이 지사측이 대장동 의혹에 관련된 야권 정치인을 거론하며 "국민의힘 토건 게이트"라고 반격하자 꺼낸 이야기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연금 맹비난하며 일산대교 빼앗는 이재명과, 화천대유 옹호하며 대장동 의혹 정당화하는 이재명은 정녕 동일인인가"라며 "전혀 다른 두개의 이재명이 한몸에 공존하는 '마징가Z'의 '아수라 백작'인가"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그러면서 "시민에게 교통권을 돌려주기 위해 국민연금의 일산대교 운영권을 박탈하신 이재명 지사님이라면, 시민에게 주거권을 돌려주기 위해 악덕 민간업자인 화천대유 배당금을 환수하고 수익권을 박탈해야 맞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이 언급한 '아수라'는 애니메이션 '마징가' 시리즈의 남성과 여성의 몸을 반반씩 가진 캐릭터의 이름이지만, 영화 '아수라'와 같은 이름이기도 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2일 "성남의뜰은 공공개발의 탈을 쓰고 정치경제공동체로 엮인 이들이 벌인 일확천금 아수라판"이라며 "이 지사는 한 점 의혹이 없다면 국민 앞에 떳떳하게 진실을 밝히라"라고 했다.
이같은 야권의 주장에 여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측도 동조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문제는 분명히 있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민간인이 사실상 특혜를 받아서 6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챙겼다"고 했다. 이 전 대표측 김영웅 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단체장의 책임을 분명히 우려해야 될 사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지사측에서는 성남시장 재임기 대장동 개발 관련 결정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 따른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캠프의 이경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2009년부터 보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었다"며 "개발 후 토지 분양률, 분양가격이 다 불확실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사전이익확정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민간이 개발해서 다 가져갈 것을 5503억원을 성남시민에게 돌려준 사업"이라고 했다. 부동산 불황기에 사전이익확정제로 5503억원을 확보한 것을 평가해야지, 예상치 못했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민간 사업자가 확보한 이익은 이 지사와 무관하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한편 '아수라'를 만든 김성수 감독은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감기' 등 유명 작품도 연출했다. 특히 2013년작 재난영화 '감기'는 또다른 이유로 '역주행'하고 있다. 치사율이 높은 H5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 급확산을 소재로 하면서, '코로나19′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성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감기'와 '아수라'의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