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1일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당 내에서 나오는 비판에 대해 '수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수박'이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호남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며 '호남 비하'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밤 11시31분 '억지기소 후 1·2·3심 무죄, 비 오는 김포 연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2018년 6월 12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연설 영상도 함께 올렸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며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 내 인사들까지 수익환수 덜했다고 비난하니 기가 찰 뿐"이라고 했다. 문맥으로 미루어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는 '민주당 내 인사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래 썼던 표현은 '우리 안의 수박들'이었으나, '수박 기득권자'로 한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로 바꿨다.
그런데 이 페이스북 글에는 이 지사의 '수박'이라는 단어에 대한 비판적인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수박? 이게 호남 비하 일베어인걸 뻔히 알면서도 수박이요?"라며 "그러면서 뻔뻔스럽게 호남에 표를 구걸하냐"고 했다. 그는 또 "이런 사람이 어떻게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나"고 썼다.
다른 네티즌은 '이재명 지지자들은 호남 혐오를 멈춰라'라는 포스터를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는 깨진 수박 사진과 함께 "수박이라는 용어는 광주 특산품이 무등산 수박임을 빗대어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진압군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머리를 다친 사람들을 일컫는 의미"라는 설명이 달렸다.
이 지사 지지자들이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에 '수박'이라는 용어를 쓰자, 경쟁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사용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이병훈 대변인은 지난 19일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국회의원, 지지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수박'은 '홍어'와 함께 일베 유저들이 호남과 호남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오월 영령과 호남인들의 가슴을 후벼 파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틀 후 이 지사가 직접 '수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겉은 파랗고 속은 빨갛다"라며 '호남 비하'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사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에서 '우리 안'은 민주당이 아닌 '우리 사회'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수박 기득권자'에 대해서는 "토건 이익을 대변하다 이제 와서 이 지사를 공격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의 문맥상 현재 경선 국면이 아닌 2010년 당시를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