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년 연속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남북간, 북미간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서는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76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전쟁 영구적 종식" 말하며 종전선언 제안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며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라며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 대화와 협력이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에서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구공동체 시대', 서로 포용하며 협력하는 시대"…北에도 촉구
그러나 지난 1년간 북한은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 차례 서신을 주고받은 뒤 지난 7월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한 뒤 지난달 10일 다시 연락이 두절됐다. 전격 복원 2주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북한에도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한 역시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를 이기는 것은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우리의 삶과 생각의 영역이 마을에서 나라로, 나라에서 지구 전체로 확장됐다"며 "이것을 '지구공동체 시대'의 탄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구공동체 시대'는 서로를 포용하며 협력하는 시대"라고 했다. 북한에 '지구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함께 협력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협력 대상으로 남북 이상가족 상봉을 들었다. 이어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같은 지역 플랫폼에서 남북한이 함께할 때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는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와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되게 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협력체는 지난해 말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몽골이 참여해 출범했고, 협력사업으로 '의료방역 물품 공동 비축제' 시범 사업도 가동됐다. 그러나 북한은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명 공동체로서, 또한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가길 바란다"며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주변국 협력에 대해 '한반도 모델'이라는 명명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킬 것"이라며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한 축…공평한 보급 힘쓸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와 관련해 "코백스(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에 2억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겠다"며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한 축을 맡아 코로나 백신의 공평하고 빠른 보급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개발도상국 지원과 관련해서는 "함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코로나 이후 수요가 높아진 그린·디지털·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공적개발원조(ODA)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한국은 기후 분야 ODA 확대와 함께, 그린 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하여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지원하겠다"며 "개발도상국이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어 "2023년 COP28(제28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을 유치하고자 한다"며 "파리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