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20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만남은 미국 뉴욕에서 이뤄졌다. 그동안 BTS는 ‘민간 외교 사절’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이번엔 외교관 여권(일명 붉은색 여권)도 받은 정식 ‘대통령 특사’로 문 대통령과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한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이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RM, 정국, 지민, 제이홉. /연합뉴스

BTS는 이날 ‘SDG모멘트(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에 참석했다.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유엔 연례 행사다. 문 대통령은 개회 세션에 초청된 유일한 국가 정상으로, 모든 유엔 회원국을 대표한다는 의미가 있다. 유엔은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된 BTS도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는 미래세대의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어 “최고의 민간 특사 BTS와 함께하는 오늘의 자리가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미래세대의 선한 의지와 행동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 참석에 앞서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기념촬영을 한 뒤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 네번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에 이어 연단에 오른 BTS는 코로나19상황 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세대를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금의 10대, 20대를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어른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이어 “세상이 멈춘 줄 알았는데,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모두에게, 서로에게 ‘웰컴!’이라고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길 잃은 세대)’이 아닌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고도 했다.

BTS가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외교관 여권을 들고 찍은 '인증샷'. /트위터 캡처

◇붉은 색 외교관 여권 들고 ‘인증샷’

문 대통령은 출국을 앞두고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BTS에 대통령 특사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난해 9월 제 1회 청년의 날에 BTS를 만난 뒤 두 번째 만남이었다. 그는 “유엔에서 SDG(지속가능발전목표) 를 위한 특별행사에 정상을 대표해 내가, 전 세계 청년들을 대표해서 BTS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왔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이 대단히 높아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 임명장과 함께 초록색 일반 여권과 다른 붉은 색 ‘외교관 여권’을 BTS 멤버 7명에게 수여했다. BTS는 붉은 색 외교관 여권을 들고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문화특사소년단입니다. 마음 속은 아미와 함께”라는 글과 함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 수여식에서 그룹 BTS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은 이날 BTS 멤버들에게 전해진 외교관 여권과 기념품(만년필). /연합뉴스

외교관 여권이 BTS에게 발급됐다는 소식은 논란을 일으켰다. BTS 멤버 7명이 외교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 사절’은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자다. 유효기간은 외교 업무를 보는 기간에 한정된다.

◇신곡 나온 날, 바이든 “K-팝 팬은 어디에나 있다”

BTS가 외교관 여권을 받는 대통령 특사로 임명된 것은 그동안 외교 영역에서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BTS와 환담에서 “나는 BTS의 팬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참 고맙다”며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외교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하면 상대가 좋아할 만한 대화 소재를 갖고 가는데, 나는 항상 K-팝 이야기를 듣고 대부분 BTS 이야기”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중동 지역까지 다양한 국가의 정상들이 BTS에 대해 “아이들이, 손자들이 BTS를 아주 좋아해 언젠가 아이들 데리고 가서 보여주겠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또 “심지어는 정상이 ‘국빈 방문할 때 BTS가 함께 와서 K-팝의 밤을 한번 열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도 BTS가 화제에 올랐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K-팝 팬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사람들이 웃자, “지금 웃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BTS의 신곡 ‘버터’를 발표한 날 나왔다는 데 주목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7월 방한해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데, 한국과 미국은 함께 호흡을 맞추었기 때문에 퍼미션(permission·허락)이 필요 없다”고 했다.

◇감동 준 첫 번째 유엔총회 연설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라”

BTS의 유엔총회 참석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루 인기를 얻고 있어 유엔에서 높이 평가한 셈이다.

방탄소년단(BTS)이 2018년 9월 24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의 새로운 청소년 어젠다인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두 번째 줄에서 김정숙 여사가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BTS는 2018년 뉴욕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청년 어젠다 행사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에 참석해 연설했다. 한국 가수가 처음으로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연설한 것이었는데, 청년 세대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는 연설이 내용이 감동을 줬다.

RM(본명 김남준)은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말하라. 스스로에게 여러분의 이름을 찾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라”라고 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BTS에게 “자랑스럽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격려의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선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부딪힌 청년들에게 특별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멤버들은 함께 음악을 만들며 코로나19로 인한 절망을 이겨낸 경험을 이야기하며 “내일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