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문 대통령은 슬로베니아가 내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올해 중 주한 대사관 개설을 추진 중인 것을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 양자회담장에서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6회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주유엔대표부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주한 대사관이 양국 국민의 이해 증진과 교역 확대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같이 밝혔다.

슬로베니아는 주한 대사관 개설을 위해 한국에 대사 대리를 파견하고 지난달 4일 임시 대사관을 개설한 상태다. 대사관이 개설되면 중국과 일본, 인도에 이어 아시아 네 번째 상주공관이 된다. 파호르 대통령은 주한 대사관 개설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역내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경제, 정치, 그리고 모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파호르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슬로베니아의 코페르 항을 중심으로 양국 간 해운·물류 협력의 확대를 제안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코페르항은 아드리아해 지역 최대 항구이자 중동부 유럽의 해상 관문이다. 서유럽 주요 항구와 비교해 한국 선박의 운항거리가 짧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동아시아에서 출발한 선박을 기준으로, 유럽의 주요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비교해 운항 기간을 7일 단축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 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훈장 수여식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파호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의 비전이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행운을 빌고, 또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18년) 당시 한국에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평화와 화해의 방법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대통령님 원하시는 방향대로 정치가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파호르 대통령의 방한 때 개최된 데 이어 두 번째다. 파호르 대통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때 평화, 화해의 방법에 대해서 문 대통령과 나눴던 회담에 대해서 절대 잊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화해를 달성하려는 열정에 대해 제가 다른 일을 할 때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후 파호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유지에 기여한 점을 평가하며 문 대통령에게 특별공로훈장을,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며 파호르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각각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