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슬로베니아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건설사업과 크르슈코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사업에 같은 종류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참여해 양국 원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 양자회담장에서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유엔대표부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한·슬로베니아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파호르 대통령은 슬로베니아 코페르항을 중심으로 양국간 해운·물류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코페르항은 아드리아해 최대 항구로, 중동부 유럽 해상 관문이다. 동아시아에서 출항한 선박을 기준으로 유럽의 주요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입항하는 것과 비교해 항해 기간이 7일 단축된다.

문 대통령은 “코페르항 운송을 통해 우리 기업의 물류 효율성이 향상되는 점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파호르 대통령은 “코페르항은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에 열린 항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파호르 대통령의 방한 때 개최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회담은 내년 한·슬로베니아 수교 30년을 앞두고 슬로베니아 측이 요청해 이뤄졌다. 슬로베니아는 올해 중 주한 대사관 개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4일 임시 대사관을 개설해 대사 대리를 파견했다. 슬로베니아의 아시아 국가 대사관 설치는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네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 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슬로베니아 정부로부터 받은 '특별공로훈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파호르 대통령은 “올해가 마무리되기 전에 외교장관이 한국에 방문해 공식적으로 (대사관을) 개관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간 인적·물적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슬로베니아의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 수임을 축하하고 슬로베니아의 주한대사관 개설을 환영한다”며 “오늘 회담이 양국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반도 및 국제 안보 정세에 대한 논의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2월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에 슬로베니아 외교 국방장관의 참석을 기대한다”고 했다.

파호르 대통령은 “3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문 대통령과 나눴던 회담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생각한 평화와 화해의 방법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었지만 결국 문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치가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비전이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이후 파호르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특별공로훈장을, 문 대통령은 파호르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각각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