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가 보수단체 회원과 우리공화당 관계자로부터 욕설을 듣는 등 봉변을 당한 것에 대해 “제가 감내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경북 포항북구 당협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검찰에 재직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처리에 관여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저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전 총장은은 이날 오전 10시쯤 경북 구미 상모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도착했다. 보수단체 회원과 우리공화당 관계자 100여명은 한 시간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유를’ ‘죄 없는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 물러가라’ 등의 문구를 적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기다린 상태였다. 이들은 윤 전 총장이 차에서 내려 추모관으로 향하자 “반역자 꺼져라” “어디라고 함부로 오느냐” 등 욕설을 섞인 말을 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윤 전 총장은 생전의 박정희 전 대통령 모습을 담은 사진을 둘러본 후, 별다른 말 없이 다음 일정이 있는 영덕시장으로 떠났다. 윤 전 총장이 생가에 머문 시간은 10여분 남짓이었다.
윤 전 총장은 별도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러 사정상 생가 전체를 둘러보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추모관에서 참배를 드렸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님은 현대사의 거인”이라며 “박정희 대통령님은 그림자도 있지만 우리 역사에 우뚝 솟은 위인임에 틀림 없다”고 적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님이 가난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우리나라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재도약시키겠다”고 썼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 20일 대구KBS 인터뷰에서 ‘적폐 수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역에서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소추를 했던 것에 대해 섭섭하거나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 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했다.
대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자 “국가 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린 것도 많다”며 공무원 연금 제도 개혁을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저 역시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보수의 성지’라고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도 찾았다. 지지자들은 “대통령 윤석열”을 연호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욕설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돌려달라”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