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오후 중부 내륙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국, 중국과 외교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한 것이어서 남북관계를 반전시키겠다는 구상에 타격이 예상된다. 더구나 이번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도중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시각은 이날 낮 12시 37분이다. 이때 정 장관은 한남동 공관에서 왕 부장과 오찬을 앞두고 있었다. 오찬은 예정보다 늦어져 낮 12시 45분쯤 시작했다.
정 장관은 미사일 발사를 보고받은 뒤 오찬장에 들어갔다. 왕 부장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유했고, 오찬 대화는 한반도 문제부터 시작했다. 왕 부장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장관도 오전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앞으로도 충분히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왕 부장이 한국에 있는 기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만 왕 부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발사를 두둔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미가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미국과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기로 하고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지원 분야까지 정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이후 “비핵화 진전과 상관없이 인도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