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주택이 서울 소공동에 호텔을 신축하려던 계획이 문화재청 반대에 부딪혔으나,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축에 반대하던 문화재청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는 15일 부영주택의 소공동 호텔 신축과 관련해 문화재청이 ‘조건 미이행’을 이유로 결정한 허가변경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노후화된 근·현대 건축물의 원형 보존을 조건으로 호텔 신축공사를 허가했더라도, 문화재청이 건축물에 대한 기술적·구조적 검토 없이 원형 보존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부영이 호텔을 신축하려는 부지는 한국은행 별관 뒤편인 서울 중구 소공동 112-9 일대다. 부영은 이곳에 지상 27층, 지하 7층, 850실 규모의 호텔을 지으려 하고 있다.
당초 부영은 ‘주변의 근현대 건축물 원형을 보존하겠다’는 조건으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소공동 호텔 신축과 관련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일제시대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건물인 한일빌딩을 포함해 근·현대 건축물 7개 중 2개는 허물고, 5개는 현재 위치에 신축하되 기존 외벽을 남기기로 했다. 건물 내부는 자율적으로 구성한다는 조건이었다. 플라자호텔에서 한국은행을 잇는 기존 소공로의 가로 경관을 유지하며 호텔 신축이 가능한 방안이었다.
부영은 이 조건대로 호텔 신축을 시작했으나,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기기로 한 근·현대 건축물 외벽 마감재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 지나가는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가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건물의 잔존수명이 ‘-73년’으로 진단되기도 했다.
부영은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건물을 철거 후 개축하겠다는 취지로 문화재청에 변경신청을 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원형 보존 조건을 이행할 수 없다면 호텔 신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앙행심위는 문화재청의 허가변경 거부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중앙행심위는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더 가치를 인정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노후화해 그 수명을 다한 상태에서 원형 보존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또 신축 호텔 부지 중 일부가 문화재보호경계구역에 위치해 있지만 지상 시설물이 존재하지 않고, 원형 보존 조건이 걸린 근현대 건축물이 문화재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