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방탄소년단(BTS)와 만나 “여러모로 참 고마운 것이, K-팝, K-문화의 위상을 더없이 높이 올려줘 대한민국의 품격을 아주 높여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BTS에게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어진 환담에서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BTS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외교활동이 수월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BTS가 한국어 보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팝송을 들으며 영어를 익혔는데, 요즘 전 세계인들은 BTS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BTS가 대통령 특사를 수락한 것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유엔에서 SDG(지속가능발전목표)를 위한 특별행사를 여는데 정상들을 대표해 내가, 전 세계 청년들을 대표해서 BTS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왔다”며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대단히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TS를 대표해 RM(김남준)은 “한 국민과 개인으로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큰 영광”이라며 “대통령께서 너무나 좋은 기회를 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특별사절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BTS는 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코로나19 극복, 지속가능한 성장 등 미래세대를 위한 글로벌 의제 관련 국제적 협력 주도,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맞는 외교력 확대를 위해 BTS를 특사로 임명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이날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를 앞두고 BTS를 청와대로 불러 임명장을 수여한 것이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가 핵심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BTS는 오는 20일 열리는 ‘SDG 모멘트(Moment)’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영상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SDG 모멘트’는 지난 2019년 지속가능발전목표 정상회의 정치선언에 따라 유엔 사무총장 주도로 열리는 연례행사로, 지난해부터 개최됐다. 이번 ‘SDG 모멘트’의 주제는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이다.
문 대통령은 BTS 멤버 7명에게 외교관 여권과 선물로 만년필을 전달했다. 제이홉(본명 정호석)은 기념촬영 후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양손 엄지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BTS의 청와대 방문은 지난해 9월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 청년 대표로 찾은 데 이어 1년 만이다.
BTS의 연설 시점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19~23일) 기간과 겹친다. 문 대통령과 BTS가 함께 소화하는 일정이 마련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전 세계에 위로와 희망을 전해 왔다”며 “이번 유엔총회 참석으로 주요 국제이슈에 대한 미래 세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