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본격 나섰다. 여당은 오는 12월 막 내리는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를 막는 법안 통과를 주도한 데 이어 이번엔 국내 거대 플랫폼의 갑질 관행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업체의 갑(甲)질 행태를 지적해 여론을 환기시켜 입법 동력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내 갑을 문제 전담 조직인 ‘을지로위원회가’ 앞장서서 골목상인들의 피해 사례 등을 모으고 있다.
◇ 與 지도부부터 대선주자까지 ‘일사불란’ 총공세
12일 국회 안팎에 따르면, 민주당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플랫폼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정감사에서 개별 플랫폼 기업들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가 이 같은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데 이어 을지로위 의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토론회는 을지로위 소속 송갑석, 이동주 의원이 개최한 것으로, 을지로위는 최근 ‘플랫폼 경제, 을과의 연속 간담회’를 진행했다. 분야별 플랫폼 기업 종사자 등을 초청해 갑질 사례를 듣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을지로위는 소속 의원별로 플랫폼 기업을 할당해 자체조사를 실시하고, 국정감사 때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국감 대상 기업은 추후 상임위에서 결정되는데, 을지로위 간담회에서 살폈던 물류·유통(쿠팡), 교통(카카오 모빌리티), 숙박(야놀자) 부문의 플랫폼 기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을지로위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을지로위 소속 의원은 “민원을 기준으로 대상 기업을 선정해 간담회를 연 것이고, 이후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만 국감 출석을 요구해 따져물을 것”이라며 “아직 대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기에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가세했다. 이 지사는 10일 ‘을의 권리 보장’ 정책 공약 기자간담회에서 “수수료·광고료·부가서비스·판매가격·거래조건 등을 강요하는 (플랫폼의) 횡포에 소상공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상공인의 단체결성권과 협상권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 골목상권 표심 노리는 與…카카오·네이버 주가 급락은 골치
플랫폼 기업의 ‘골목 시장 침해’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그동안 무료 서비스 등을 내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인 뒤 가격과 수수료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골목 상권 분야에도 진입하면서 소상공인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빅테크 규제가 전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내년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두고 집권 여당이 갑자기 ‘플랫폼 때리기’에 나선 것이 선거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발의된 뒤 1년 가까이 무관심하던 정치권이 이제서야 칼을 꺼내든 것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표심을 염두한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여당은 앞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를 막는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확인하며 플랫폼 기업 규제에도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은 정부 입법안 1개와 의원 입법안 7개로 총 8개다. 민주당은 상임위 논의를 통해 정기국회 회기 내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인데, 여론 등을 살펴 당론(黨論)으로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민주당 의원은 “일단 상임위 중심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뒤 여론의 반응을 살펴 당론 입법 등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 여당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이는 점은 고민이다. 이 의원은 “의원실로 네이버, 카카오 투자자들의 민원이 들어왔다”며 “이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무조건 규제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