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해당 보도가 나오기 20여일 전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사실이 10일 알려졌다. ‘고발 사주’ 의혹에서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의원은 “제보 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라고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JTBC 캡처

김 의원은 이날 밤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씨가 박 원장과 만났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보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제보를 한) 충격적인 이유, 제보의 목적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여권 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권의 누구라고 지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 대선 정국이고 민감한 상황”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들어오는 것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박지원 의원과 정동영 의원이 정론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 의원 오른쪽이 조성은씨. /조선DB

TV조선은 이날 조씨가 지난달 초 서울 도심 모처에서 박 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조씨는 지난달 1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고층에 있는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늘 특별한 시간,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이라고 의미도 부여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조씨에게서 텔레그램 대화 캡처를 제보받았다고 밝힌 날짜는 7월 21일이고, 첫 보도가 나온 것은 9월 2일이다. 그 중간 쯤에 박 원장을 만난 것이다. 다만 박 원장은 보도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이고 그 이후에도 만났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조성은씨가 지난 8월 1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뒤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조씨는 디자인 분야 스타트업을 운영하다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를 돕기 시작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초 더불어민주당 내 반문(反文)계가 탈당해 만든 국민의당에 들어갔다. 그해 총선 공천관리위원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조씨는 2017년에는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를 대상으로 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도 등장한다. 조 씨는 당시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가 있던 이준서 최고위원이 자신에게 ‘선거에 이기면 끝이다’라고 말했다고 했지만, 이 최고위원은 “그렇게 말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2018년에는 안철수계와 갈라선 박지원 원장 등을 따라 탈당해 민주평화당 창당에 합류했다. 얼마 후 탈당했고, 지난해 1월 ‘청년 정당’을 표방한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동참했다. 한 달 뒤에는 범보수 세력 통합 과정에 참여하며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총선 당시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조씨는 페이스북에서 논란이 될 만한 발언도 했다. 2019년 6월에는 “개인적으로 김일성 역시 독립운동에 관한 한 민족 결속을 위한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에는 윤 전 총장을 비난해왔다. 지난달 15일 윤 전 총장 측이 “‘머지 포인트’ 사태와 관련해 손 놓고 관망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쯤 되니 돌대가리인가 한다”라고 썼다. 또 윤 전 총장이 지지율 18.1%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에 대해 “19% 무너졌네. 다음 주 15% 기대 중”이라고 썼다. 지난달 22일에는 “이재명 지사가 국가지도자가 되는 것은 국격에 심각한 부정적 요인이 된다고 확신한다”면서 “하지만 적어도 윤석열이나 최재형 등보다는 ‘대통령’이라는 직책과 역할, 비전에 대해 고민해본 티라도 난다”고 했다.

조 씨의 아버지인 조현국 변호사도 정치권과 인연이 있다. 조 변호사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북 구미갑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