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등 당내 타 대선 주자들의 현금살포성 복지공약에 대해 “오늘 당장 표심만 잡으면 된다는 얄팍한 장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오늘만 즐기고 말겠다는 듯한 당내 경쟁자들의 현금살포성 공약을 ‘사쿠라(벚꽃)’ 노선이라고 했다. 자칫 하룻밤 새 져버리는 화려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복지제도는 재정이 충분히 뒷받침 가능한가를 염두에 두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하도록 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동시에 줄이는 ‘동시감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증세가 아닌 ‘감세’를 내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증세든 감세든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 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증세는 좌파, 감세는 우파’라는 이야기는 낡은 진영 논리라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박용진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그는 “민주당은 낡은 진보, 경제 무능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능한 진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특히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연금개혁’ 공약을 제시했다. 1965년생은 납입액보다 약 1억5000만원을 더 받지만, 2000년생은 5000만원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장 손해를 보는 세대가 생기더라도 미래를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5년 임기 내에 온갖 어려움 겪더라도 연금개혁을 해내 100년 가는 대한민국의 튼튼한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현 정부 연금개혁 공약이 흐지부지된 점을 염두에 둔 듯 “연금개혁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서서 욕도 먹고, 돌팔매도 맞으면서 설득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통한 국민연금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임기 내 별다른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청와대는 2018년 가을께 보험료율을 9%에서 11~13%로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보고 받았지만, 이 소식에 논란이 일자 없던 일로 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로 공을 넘겼다. 이후 2019년 8월 경사노위 연금특위가 세 가지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최근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들다)를 말하며 집권한 우리 정부에서 연금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고 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박용진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다음은 박용진 의원과의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이 확장 재정을 전제로 한 현금 살포 복지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마치 나랏돈 물쓰듯 쓰기 대회에 나온 사람들 같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집권기간 동안 투입될 재정이) 120조원이 넘어도 좋으니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 대학 미진학자 해외여행비 1000만원도 그렇고, 이낙연 전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면 3000만원을 주겠다고 하고, 정세균 전 총리도 미래씨앗통장으로 20살이 되면 1억원을 주겠다고 한다. 세금으로. 무책임하다. 진보의 탈을 쓴 얄팍한 장사 수준이다.

다른 나라의 진보 정치인들은 복지제도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재정이 충분히 뒷받침 가능한가’를 염두에 둔다.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따진다. 서구의 복지 제도는 일정한 경제 성장의 기반에서 세워지고, 이 제도가 40~50년 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우리 당 주자들은 지속가능한 제도가 아니라, 오늘 당장 표심만 잡으면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진보도 아니고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도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자고 일어나면 져버리는 벚꽃이 될 수는 없지 않나. 우리 세대만 화려함을 즐길 것인가. 다음 세대에도 계속 꽃을 피울 수 있는 장미 넝쿨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국정을) 관리하는 것이 대통령의 태도다. 대한민국이 이 단계에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 부흥 때문이고, 이 (성장의) 그래프가 계속 가려면 어떻게 경제성장을 해나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후보자가 생각하는 ‘연금 개혁’의 방향성은.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면서,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서서 욕도 먹고, 돌팔매도 맞으면서 설득하고 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건 국부펀드와 연관이 있다. 국부펀드가 수익률을 1% 끌어올리면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점을 6년 늦출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4차 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을 보수적으로 4%대로 추계를 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지난 30년동안 6.2%대였다. 만약 각종 연기금 운용자금과 한국투자공사(KIC), 국민연금을 통합해 7%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국부펀드를 만들면 기금 고갈시점을 20년 늦출 수 있다.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도 구성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타)연금을 통합해서 갈 것인지, 아니면 국민연금부터 먼저 개선하고 (나머지를) 순차적으로 통합해갈 것인지 50년 플랜을 세우고 30년 전망을 만들어서 구체적으로 10년 단위로 밀고 들어가자는 생각이다. 당장 손해를 보는 세대가 생기더라도 완만하게 진입하고 미래를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의 5년 임기 내에 온갖 어려움 겪더라도 연금개혁을 해내야 한다. 100년 가는 대한민국의 튼튼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후보자의 ‘국부펀드 7% 수익률’ 공약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세균 후보는 “전세계적으로 그렇게 높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가 별로 없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그런 우려는 (현재 수익률 6%를) 국민연금의 한계로 정해버리는 거다. 국민연금의 국내외 채권 투자비중은 거의 절반(2021년 6월말 현재 43.5%)이다. 금리가 낮은 국채에 투자한 비중만 조정해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캐나다 연기금만 해도 수익률이 9%대다. 투자 비중을 조금만 조정하면 실현 가능하다.”

─국민연금과 KIC 등을 합칠 경우 자산운용 측면에서 위험 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통합시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주로 인재들이 내려갈 지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모두 해결 가능한 문제다.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다. 이는 국민연금과 KIC를 통합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 없다. 당연히 충분한 위험 관리가 가능하다.

인재 유치 문제의 경우 확실한 성과 보상이 있다면 해결 가능하다. 민간회사에서 수억원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펀드매니저들의 보수가 공기업이라 1억원도 안되지 않느냐.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1500조 규모의 국부펀드의 수익률을 1% 포인트 수익률을 올린다고 하면 15조원을 더 벌어다 주는 것인데, 처우를 확실히 다르게 해줘야 한다. 보상 구조를 다르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자동차 등을 만들어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런데 이제는 수출로만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라, 재테크로도 먹고 사는 나라가 돼야 한다. 국가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세수를 얻는 직접투자인데 충분히 인재를 불러들이기 위한 투자를 하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어떻게 구상하나.

“퇴직을 앞두고 있는 가입자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2040년부터 공무원 연금의 적자가 불어나는 만큼 국민연금과 통합할 경우 훨씬 재정부담이 적어질 것이다. 전체 공무원 집단, 가족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개혁 추세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공무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치 활동의 자유, 공무원 노조에서 요구하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 등을 연금개혁과 함께 패키지로 올려놓고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그 동안 부당한 권력의 하수인, 방패막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의 안정, 연금 특혜 등이 가능했으나 대신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차단된 상태였다. 시대가 변했으니 같이 달라져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같이 올려놓고 하나씩 협상해 나가면 공무원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공무원 연금이라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사라질 경우, 인재들을 공직으로 유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공무원들은 ‘평생 고용’이라는 안정성을 유지해갈 것이고, 공무원 사회의 일정한 혁신과 처우의 개선은 필요하다고 본다. 예전에는 공무원 임금이 열악했는데 많이 개선됐고 앞으로도 개선될 것이다. 연금을 보장했던 것은 당장 월급을 많이 못 주기 때문에 이를 쌓아 계속 보장하는 형태로 설계한 것인데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누구나 새로운 권리와 새로운 특혜를 향유하고 싶어하는데,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고책임자가 양보하고 조정하고 타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박용진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법인세·소득세 동시감세 경제정책과 관련해 설명해달라.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하는데, 고정적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추가 복지정책들도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감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동시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수가 줄까봐 걱정된다고 하는데, 경제 규모가 커지며 지난 10년 세수가 100조원 늘었다. 이를 150조, 200조원으로 늘기 위해 신성장 먹거리 사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인세 감세, 일하는 사람을 위한 소득세 감세가 필요하다고 봤다. 자영업자를 위해 사업 소득세를 감세하고 노동자를 위해 근로소득세 감세하는 것이지, 건물 임대료 수익과 금융 이자 등에는 증세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다.

증세가 좌파냐, 감세가 좌파냐를 얘기하는 것은 낡은 진영 논리다. 증세든 감세든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일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에 법인세를 감세했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이 우파냐, 노 전 대통령이 신자유주의자냐.

언제까지 레이건과 대처를 이야기할 것인가. 벌써 40년 전이다. (프랑스) 마크롱이 왜 동시 감세를 하는지, 영국은 좌파가 정권을 잡든 우파가 정권을 잡든 왜 동시감세 정책을 유지하는지 등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민주당이 낡은 진보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능한 진보가 돼야 한다. 경제 무능 프레임 벗어나야 한다. 그 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다.”

─위원장 구속, 택배 대리점 점주의 극단적 선택 등의 이슈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통령 후보자로서 노동계와 어떤 관계를 갖고 가야 한다고 보나.

“나는 민주노총 때문에 감옥을 세 번이나 갔던 사람이다. 노동계에 ‘까방권(까임방지권)이 3개 있으니 민주노총을 비판해도 3번은 참아달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그런 내게 제일 슬펐던 날은 세 번째 출소 후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 소식을 들었을 때다. 결혼 6개월만에 3번째로 감옥에 가 2년 6개월을 살다 나왔을 때다. 큰 일 벌어져도 표현을 잘 안 하는 무던한 사람인 아내를 볼 낯이 없던 날이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사회운동, 노동운동을 지원하고 감옥에 갔다 왔는데, 민주노총이 채용비리를 저질렀단 사실에 며칠을 속으로 울었다. 내가 뭐한 거지 싶더라. 이번에 택배 대리점주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한 소식을 듣고, ‘어쩌다가 민주노총이 또 다른 약자 위에 군림하는 세력이 됐나’ 싶었다. 두 번째로 슬픈 날이었다.

예전부터 노동계에 ‘우리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담장 안, 단일노조(의 테두리)에 갇히지 말고 지역, 전국적으로 적극 연대하자고 했다. 노동자들의 정당도 만들고 정치에 참여하자고 했다. 그런데 (최근) 공장, 사업장 담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더라. 대선 출마 선언 다음 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찾았다. 거기 가서 ‘다시 담장 밖으로 나오라’고 얘기했다. 투쟁만 하려는 것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더라. 오늘 까방권 3장 중 한 장 썼다.(웃음)

선거 캠프에 모신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전통적 진보에서는 박용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 내가 왼쪽, 중원, 오른쪽 어디든 돌파하는 ‘여의도 손흥민’이 되겠다고 자주 말한다. 성장 등의 문제를 얘기하면서도 노동자들이 영향력을 가지면서 선도하는 집단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전략적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