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민주노총 택배노조 조합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김포 택배 대리점주 이모(40)씨 빈소를 찾아 애도하고,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은 빈소를 아무도 찾지 않았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2일 페이스북에 이씨 빈소에 다녀왔다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이 갑이고, 갑질을 해온다고 생각했다. 대리점주는 기업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갑이라고 인식해왔다”며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노조가 갑이었다. 그들의 횡포는 거침없었고,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성한 노동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노조가 올바른 노조냐, 노조가 정말 약자냐”고 반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전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 논평에서 이씨 빈소를 들러 문상을 한 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왜 노조가 개혁되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절대 권력은 그게 무엇이든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이제 우리 사회에서 특권노조와 귀족노조는 절대 권력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빈소를 다녀왔다면서 “민노총의 조직적인 괴롭힘으로 인한 사실상의 타살”이라고 했다. 그는 “계약서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민노총 노조원을 내보내려고 해도 다른 지역 노조원까지 떼로 몰려들어 괴롭혀 내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며 “현장에선 민노총이 왕이고 법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민노총이 현장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왕처럼 군림하지 못하도록 ‘민노총갑질처벌법(가칭)’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빈소를 찾지 않은 대권주자들도 이씨를 애도하고 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기득권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절감한다”며 “강성 노조의 행태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홍준표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이래도 강성노조 수술에 반대할 거냐”며 “이제 선진국 시대다. 국가 정상화를 위해 떼만 쓰는 강성노조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리점주도 지위만 달랐지 노동자였다”며 “노동자 인권을 운운하는 단체가 인권을 파괴하고 한 개인의 인격을 짓밟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택배 노동자들이 여전히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며 “그러나 문제의 해결방식이 정의롭지 않다면 옳은 일이 될 수 없다”고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당 ‘약자와의동행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미애 약자와의동행위원장은 “사업주들은 노조원의 태업, 협박, 집단 괴롭힘 등 부당한 행태로부터 법적 보호 수단이 없다”며 “사업주들도 법적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는 노동현장 어디에서도 민주노총이 ‘갑’”이라고 했다. 택배 현장에 대해서도 “수도권 택배노조의 문제점은 수익이 높은 황금루트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차지하고, 수익성이 낮은 루트는 비조합원에게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부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수익이 많이 나는 대리점을 빼앗거나, 대리점주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현 정부는 비정규직과 취약 노동자, 청년 실업자보다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 위주의 노동정책으로 일관했다”며 “그러는 사이 택배노동자는 과로사하고, 택배대리점 소장의 인권은 무너졌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빈소를 찾지 않았고,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택배노조, 대리점주 조롱한 행위를 ‘개선요청’이라고 주장
택배 대리점주 이씨의 영결식은 이날 열렸다. 이씨의 동료들은 분향소 주변을 둘러싸고 서서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 여기는 너희들! 너희도 사라져라!’, ‘살인자는 터미널에서 없어져야 한다’, ‘죽음을 원했던 너희들! 인간이기를 거부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를 규탄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조사 결과 ‘집단 괴롭힘’의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나 노조는 처벌 가능성이 큰 주요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서는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 등으로 선을 그었다. 무거운 택배를 ‘똥짐’이라 부르며 배달을 거부하고, 이를 직접 배달한 점주 이씨와 그의 동료를 조롱한 행위는 ‘개선요청’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이씨가 유서에 극단 선택의 이유를 분명히 남겼지만, ‘이씨가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씨의 유족은 택배노조 기자회견 직후 대리점연합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