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본격 시작한 1일 범여권 지지층을 경선 여론조사에서 배제하기 위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등의 경선룰을 둘러싼 대선주자들의 갈등이 격화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고, 나머지 대부분의 후보들은 반대했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 지지도에 따라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각 후보자의 대리인들을 불러 경선룰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둘러싼 각 후보 측의 입장차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후보자 대리인 12명 가운데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대리인 3명은 역선택 방지 조항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측 장제원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후보들 간의 대결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분이 민주당 후보들과 합해 다자대결로 가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역선택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것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우리 지지자들의 열망을 받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 측 박대출 의원은 "역선택을 막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높이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길"이라며 "지금 여러 여론조사의 수치가 좀 심하게 말하면 경선 조작까지도 의심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박진·하태경 의원, 유승민·안상수·장성민 전 의원,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등 8명의 대리인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반대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후보 진영 경선 역선택 조항 포함 여부 의견 조사에서 찬성이 3, 반대가 8이라고 한다"며 "관례에도 없는 것을 일부 위원들이 특정 후보 편을 들어 무리하게 반쪽 경선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처사"라고 했다.
유 전 의원 측 오신환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역선택 방지 조항은 실효성이 없다"며 "최고위가 추인한 경준위 안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다면 결국 경선은 파행으로 가고 당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연을 더 넓히는 개방경선 쪽으로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을 겪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우리 당은 과거 단 한 번도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란 걸 넣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선관위 결정에 따르겠다며, 대리인을 보내지 않았다. 원 지사 측은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선관위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찬반을 나눠서 진행하는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내부적으로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갈등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선관위는 지지 정당을 묻는 방식 대신에 '정권 교체에 찬성하는가'라는 조항을 중재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 조사와 관련 조항이 없는 조사를 각각 진행해 합산하는 방식, 1차와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도 중재 카드로 거론된다. 선관위는 다음 주 초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과 관련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홍원 "경준위안, 확정안 아냐…최고위 의결 거쳐야" 이준석 "추인했다"
당초 서병수 의원이 이끌던 경선준비위원회는 여권 지지층을 걸러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경선룰을 둘러싼 후보 간 갈등으로 서병수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역선택 문제는 지난 주 출범한 선관위로 넘어왔다.
정 위원장이 '경준위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후보 간 갈등이 격화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정 위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하며 반대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은 경준위와 최고위가 이미 확정한 경선룰'이라고 한 일각의 주장에 대해 "경준위가 어떤 안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확정될 수 없다. 확정안이 되려면 당헌·당규에 (경준위가) 규정되거나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확정안이 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서병수 전 경준위원장으로부터 듣기로는 (서 전 위원장이) 최고위에 결정을 해 달라고 건의를 했지만 최고위에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위원장이 경준위안을 최고위가 추인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질문에 "'보고 받고 추인했다'가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백하게 추인이란 표현을 썼다"며 "다만 선관위가 (경준위안을)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은 맞는다"고 했다. 그는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경준위안이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신 것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