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언론개혁’을 명분 삼아 언론중재법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야권과 업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법 폭주’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오만함을 반성한다”던 민주당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돌아선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성 친문(親文)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들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언론에 대한 반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한 채 중도층의 표심을 잃고 대선에서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2021년 정기국회 대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들에게 언론중재법 도입 취지 등을 재차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당 일각에서 신중론과 속도조절론 등이 속속 분출되자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6일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는 노웅래·조응천·오기형·이용우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 의원은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 의견을 냈고, 친문 박재호 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8월 임시국회 내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윤호중 원내대표 주재로 연 당 미디어특위·문체위·법사위 연석회의 후 “8월 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을 처리한다는 지도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당내외 반대까지 무릅쓰고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 한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의 도움 없이는 내년 대선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주류인 강성 친문 지지층은 검찰개혁에 이어 언론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이 무분별한 언론 보도로 인한 것이라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이들은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이런 인식이 더 강화된 상태다.

권리당원 게시판과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는 언론중재법 단독 처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권리당원은 조국 사태 당시 언론 보도를 ‘도륙에 앞장선 하이에나’에 비유하며 “언론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지지층 ‘입맛 맞추기’에 당 일각에선 독주 프레임이 다시 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재보선 전과 다를게 뭐가 있나”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임대차 3법 등을 강행 처리한 뒤 싸늘해진 민심이 내린 심판을 잊은 듯 하다”고 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이낙연 후보 옆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선을 앞둔 대권주자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까지 앞장 서고 있다. 최근 조국 전 법무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취소를 계기로 검찰개혁 목소리가 다시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6일 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주최한 토크콘서트에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기소하기로 딱 목표를 정해서 나올 때까지 탈탈 털고, 허접한 것까지 다 걸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운을 띄웠다. 이낙연 전 대표는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안에 수사·기소 분리를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대선주자들이야 경선을 앞두고 있으니 지지층 입맛에 맞춘다 쳐도, 여기에 호응하는 강경파들과 이 가운데 중심을 잡지 못하는 지도부가 큰 문제”라며 “중도층 이탈이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