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이 없다고 하는 것이 입장다."
7월 28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국가의사면허 관련해서는 어떻게 갈지 숙고해서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8월 24일 청와대 핵심관계자

청와대의 '오락가락' 답변이 논란을 낳고 있다. 여권에 불리하게 흐를 수 있는 현안에 대한 질문에 최대한 답변을 회피하다가, 이따금 강경한 답변을 내놓거나, 여권을 감싸는 답변을 내놓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선택적 침묵"(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에 적힌 문구는 '우리는 다 계획이 있다'이다. /연합뉴스

'입장이 없는 게 입장'이라는 알듯 모를듯한 발언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말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선 여론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되자 야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시 박 수석은 "야권에서 하는 말을 잘 듣고 있다"면서도 "청와대가 밝힐 입장이 없다고 하는 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입장"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진행자가 '입장이 없다가 입장이다'라고 되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야권의 사과 요구에 한 달 째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답변은 또 나왔다. 북한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결성한 청주 지역 노동계 인사 4명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특보단으로 활동한 것을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6일 '야권에서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입장이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언급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사흘 뒤에도 "언급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어서 더 이상 답변드릴 내용은 없다"고 했다.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한 청와대 입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입장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안에도 청와대 의견을 드러낸 경우도 있었다. 지난 24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에 따라 정부가 의사면허를 취소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국가의사면허 관련해 어떻게 갈지 숙고해서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는 '해당 부처에서 설명한 것으로 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이미 참고자료를 통해 "부산대의 조민씨 입학 취소 처분 이후 법률상 정해진 행정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뒤에 나왔다. 원론적인 발언을 할 수도 있었지만, 숙고해서 결정하겠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답변을 한 셈이다.

최근에는 '언론중재법'을 놓고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가 위헌 논란이 있는 이 법안에 전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현 상태에서 청와대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생각은 없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또 유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침묵하는 것은 이 법안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해석은 자유롭게 하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27일 "언론중재법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며 답변을 미뤘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 표명 방식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난받을 일이 있을 때는 뒤로 숨어서 선택적으로 침묵한다"고 했다. 그는 "반헌법적 언론재갈법에 대해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을 국민들 앞에 보여주는 것이 최고 지도자다운 자세"라며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