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군(軍) 당국이 일부 부대를 대상으로 ‘마스크 벗기’ 등 이른바 ‘집단 면역’ 실험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해당 보도가 나오자 부인했는데, 이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병사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을 포함한 ‘노마스크’ 정책 실험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K-방역’ 홍보를 위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병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걸고 사실상 생체실험을 지시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하 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병사 대상 노마스크 실험’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집단면역의 효과, 변이 대응성, 치명률 등에 대한 관찰과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범·연구사례가 될 수 있으니 (마스크 벗기 정책을) 방역 당국과 협의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하 의원 주장이다.
그는 “쉽게 말해 ‘백신을 맞은 병사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변이 바이러스에 다시 걸리는지 아닌지(변이 대응성), 죽는지 아닌지(치명률)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여 시범사례로 삼으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전날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영내 활동에 한해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승찬 대변인은 “군 내 (백신) 접종률이 94%에 이르고, 그간 민간에 비해 강화된 방역지침으로 장병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보건당국과 협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하 의원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국방부는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은폐·무마 시도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가 총 5개 대대, 1개 군단 사령부 약 5000명 병사들을 ‘노마스크 실험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전군 지휘관 회의에 대한 청와대 브리핑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시를 간접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군 장병 코로나 백신 접종 상황을 보고받고,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가 된다”며 “일반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 군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병사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사항은 결코 정책실험의 시범사례, 연구사례로 삼을 수 없다”며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정책실험은 철저히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8·4 청와대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있었던 노마스크 실험 지시의 전모를 단 한 글자의 왜곡과 은폐 없이 공개하고, 의혹이 사실이면 대통령이 직접 사죄하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서면 질의응답에서 “군의 접종 완료율이 94%에 육박함에 따라 군의 활동을 단계적으로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아울러 군 활동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높은 접종 완료율의 효과를 확인하라는 것이 대통령 지시사항의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