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군(軍) 당국이 일부 부대를 대상으로 ‘마스크 벗기’ 등 이른바 ‘집단 면역’ 실험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해당 보도가 나오자 부인했는데, 이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육군 최초로 여단급 부대가 서로 교전하는 '훈련부대 간 KCTC 쌍방훈련'이 지난 21일부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훈련 준비 및 예행 연습에서 장갑차 하차 후 전투 돌입하는 3사단 혜산진여단 전투단 소속 장병. /육군 제공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병사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을 포함한 ‘노마스크’ 정책 실험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K-방역’ 홍보를 위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병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걸고 사실상 생체실험을 지시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하 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병사 대상 노마스크 실험’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집단면역의 효과, 변이 대응성, 치명률 등에 대한 관찰과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범·연구사례가 될 수 있으니 (마스크 벗기 정책을) 방역 당국과 협의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하 의원 주장이다.

그는 “쉽게 말해 ‘백신을 맞은 병사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변이 바이러스에 다시 걸리는지 아닌지(변이 대응성), 죽는지 아닌지(치명률)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여 시범사례로 삼으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하태경 의원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코로나19 군 집단면역 정책실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전날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영내 활동에 한해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승찬 대변인은 “군 내 (백신) 접종률이 94%에 이르고, 그간 민간에 비해 강화된 방역지침으로 장병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보건당국과 협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하 의원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국방부는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은폐·무마 시도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가 총 5개 대대, 1개 군단 사령부 약 5000명 병사들을 ‘노마스크 실험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 의원은 전군 지휘관 회의에 대한 청와대 브리핑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시를 간접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군 장병 코로나 백신 접종 상황을 보고받고,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가 된다”며 “일반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 군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병사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사항은 결코 정책실험의 시범사례, 연구사례로 삼을 수 없다”며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정책실험은 철저히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8·4 청와대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있었던 노마스크 실험 지시의 전모를 단 한 글자의 왜곡과 은폐 없이 공개하고, 의혹이 사실이면 대통령이 직접 사죄하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서면 질의응답에서 “군의 접종 완료율이 94%에 육박함에 따라 군의 활동을 단계적으로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아울러 군 활동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높은 접종 완료율의 효과를 확인하라는 것이 대통령 지시사항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하태경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