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광복절 경축식에는 북한과 일본을 향해 특별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분량도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 대신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은 성과로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는 "위기를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 70%가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하는 시점은 종전 11월에서 10월로 앞당겼다.

◇日에 "대화의 문 항상 열어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 위기 등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양국 간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 할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한일 양국은 분업과 협업으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가야 할 방향"이라며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현지 시각)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 관련 내용은 원고지 2.8매였으나, 올해는 1.5매로 줄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경축사에선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지만, 올해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임기 내 한일 갈등 해결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北 11개월째 응답 않는 '방역 협력체' 다시 제안

북한에 대해서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참여를 다시 제안했다.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처음 제안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 한국 등이 협력체를 구성해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으로 방역·보건과 안보를 보장받게 하자는 구상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6개국으로 출범했으나,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통신선 복원 2주 만에 북한은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북간 협력 강화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발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 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며 "대한민국이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연결될 때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고 했다.

북한과 관련한 경축사도 지난해 원고지 4.2매에서 올해3.1매로 줄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겠다"고 했으나, 올해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북한이 통신연락선을 복원한지 2주만에 다시 연락이 되지 않고, 군사도발을 경고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

국내 현안인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역시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4차 유행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라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백신 2차 접종(얀센은 1차)까지 완료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한 달 앞당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의 SK바이오시언스를 방문,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로부터 백신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은 '촛불혁명'의 성과로 제시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국민 모두가 함께 꾼 꿈은 '나라다운 나라', '함께 잘 사는 나라'였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는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기본권을 확대하고 있다"며 "고용보험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로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70% 시나리오 토대로 "2030년 감축목표 공약"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G7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된 것은 새로운 세계질서의 태동을 의미한다"며 "코로나 위기 극복과 함께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재건과 평화질서에 적극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질서 형성에 앞장서겠다"며 ▲'백신 허브 국가' 도약과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백신 상용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의 역할 제고 등을 이뤄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서는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토대로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올해 안에, 실현가능한 2030년 감축목표를 공약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6~7%로 줄이는 대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57~71%로 늘리는 내용이다. 비현실적이고 달성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유례가 없었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