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 문용형씨의 친일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최 전 원장이 문 대통령 부친의 친일 의혹을 언급한 것을 "인간적인 도리"를 말하며 비난하자, 다시 해당 의혹을 말한 것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굿모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안민석 "만주군이 항일투사로 둔갑한 것과 다르지 않다"

앞서 최 전 원장 측은 한 언론이 할아버지 최병규씨의 친일 논란을 보도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부친을 언급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 보도와 관련해 "만주군이 항일투사로 둔갑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 최 전 원장의 증조부가 강원도 평강군 유진면장 등을 역임한 것에 대해 "일제시대 면장은 강제징용과 태평양전쟁 총알받이로 청년들을 강제 징집하는 앞잡이였다"고 했다.

최재형 캠프 공보특보단은 지난 6일 "일제시대 당시 지식인들은 각자 위치에서 고뇌하며 살아왔다. 특정 직위를 가졌다고 해서 친일로 정의할 수는 없다"며 "그런 식이라면 흥남에서 농업계장을 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도 친일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靑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文대통령 뜻 반영

청와대는 즉각 반응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10일 브리핑을 통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최 후보 측이 본인의 논란을 해명하면서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은 대선후보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유감 표명에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어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 캠프 공보특보단은 "문 대통령의 선친이 친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들을 토착왜구로까지 몰아세워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정부·여당과 일부 친여(親與)매체에, 그런 식의 기준이라면 심지어 문 대통령의 부친도 친일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이 선친에 대한 간접적 언급에 유감을 표시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 전체에 대해 표시해야 할 유감이 훨씬 많다는 사실도 인식해 달라"고 비판했다.

◇與 강병원 "본인을 임명한 임명권자에게 인간적 도리 포기"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최 전 원장을 거세게 비난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본인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했던 임명권자에 대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친일파'라고 언급한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마저 포기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거짓으로 모욕하는 있을 수 없는 무도를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전혜숙 최고위원도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대통령에게 망언을 내뱉는 일이 극우보수의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조잡한 정치, 그만두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 캠프 공보특보단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충성 경쟁이 이해는 간다"고 비꼬았다. 이어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일본 교사에 맞서 동맹휴학을 주도하다 제적당하고 3년간 감시를 당한 최 후보의 조부를 친일파라고 비난했다"면서, "그런 식이라면 함흥에서 농업계장을 한 문 대통령의 부친도 친일파인 거냐고 되물은 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최재형 측, 강병원에게 "공사구별 못하는 민주당 다운 언급"

최 전 원장 측은 "대통령과 그 가족은 성역이니 일언반구 입도 뻥긋하지 말고 '문비어천가'만 부르라는 것인가"라고도 했다. 이어 "일제에 맞서 동맹휴학을 주도하다 제적당한 최재형 후보의 조부가 친일파라면 흥남에서 농업계장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은 친일파인가 아닌가"라고 다시 물었다.

'임명권자에 대한 인간적 도리'를 말한 강병원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국가기관과 자리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고, 감사원장이나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것도 대통령의 사적 시혜가 아니다"라며 "공사구별을 못하면서 자기 패거리들만 감싸는 데 익숙한 민주당다운 언급"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부친 문용형씨는 함흥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제시대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해 흥남읍사무소 농업계장으로 근무했다.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경남 거제도로 내려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최 전 원장에게 유감을 표하면서 "문 대통령의 부친은 1920년생으로 해방 당시 만 24세였다"고 했다. 한국 나이로는 26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