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의당이 2일 '페미니즘'을 놓고 세게 붙었다. 양궁 안산 선수의 '페미 논란'으로 정의당과 국민의힘이 설전을 벌여오던 중,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윤석열이 허락한 페미니즘'이라며 "여성들의 현실을 공부하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스포츠를 정치에 끌어들이는 정의당의 행동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공격했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안산(오른쪽), 장민희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건강한 페미니즘' 논란…강민진 "여성 현실 공부하라"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이날 초선 의원 공부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 참석해 강연했다.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참여한 첫 번째 당 행사다. 그런데 이 행사부터 '페미니즘 논란'이 일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여성할당제에 대한 질문에 "우리 인식이 조금 더 바뀌어 나간다면 굳이 할당제 같은 것이 없어도 여성의 공정한 사회 참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정권을 연장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윤 전 총장은 저출산 원인을 따지면서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간의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 많이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정의당이 곧바로 반발했다. 당 내 조직인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윤석열이 허락한 페미니즘'을 별로 원치 않는다"고 했다. "남녀 간 교제에 성평등이 없다면 건전한 교제이기는커녕 폭력과 차별로 얼룩진 관계일 것"이라고도 했다.

강 대표는 "'건강한 페미' 구분 짓는 감별사 자처하며 훈계하지 말고, 여성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먼저 공부하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썼다.

반발이 일자, 윤 전 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에 대해 "페미니즘이 좋은 뜻에서 쓰이면 되는데, 정치인들 입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쓰이면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것보다 갈등을 유발하는 면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와 젠더 1차 세미나 '젠더와 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윤희숙 의원도 윤 전 총장과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극단적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금 한 여성(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의 인권을 유린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벽화를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급기야 어떤 유튜브는 '방중술'까지 입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것이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장혜영 "안산 공격에 입장 밝혀라" 이준석 "안산이 메달 따는데 왜 정의당이 뛰어드나"

윤 전 총장이 말한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양궁 안산 선수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정의당은 안산 선수가 받은 '페미 논란'과 네티즌들의 공격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입장을 표명하고, 해당 논란에 의견을 표명한 양준우 대변인 징계를 촉구한 상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서 "세상에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은 없다던 분들, 안 선수가 겪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며 이 대표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만일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면, 많은 이들은 이 대표가 안 선수에 대한 과도하고 폭력적인 비난과 요구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준석이 부슨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커뮤니티 사이트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냐"며 "저는 안 선수와 대한민국 선수단 한 분 한 분을 응원한다"고 했다.

공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이번엔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쓰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양 대변인은 안 선수와 관련해 "논란의 핵심은 '남혐(남성 혐오) 용어 사용',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라며 "공적 영역에서 '래디컬 페미'스러운 발언을 한다면, 비판과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양 대변인은 지금 당을 대변하고 있나, '안티 페미니즘' 세력을 대변하고 있나"라며 국민의힘에 양 대변인 징계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순천시 전통시장인 순천웃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스포츠를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행태가 있다"며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맞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김보름 선수 논란을 정의당이 계속 언급하면서 정치화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김보름 선수가 팀워크를 무시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선수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반나절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정의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빙상연맹이 이해관계를 위해 선수들을 이용하는 주객전도의 현실을 보며 국민들은 빙상연맹을 '적폐' 세력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뒤 경기에서 많이 쳐졌던 노선영 선수가 2010년부터 김보름 선수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안 선수에 대해 어떤 공격이 가해져도 동조할 생각이 없다"며 "이런 것 자체가 젠더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안 선수가 열심히 운동하고 메달을 따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왜 정의당이 뛰어들어 인터넷 커뮤니티 담론을 들고 와 상대 정당에게 입장을 표명하라는 공격을 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