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1일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라며 우리 정부를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통신연락선 복원 당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불과 5일 만에 현실화된 셈이다.

조선중앙TV가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018년 2월 11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8월 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각각 진행하는 일정으로 훈련을 준비 중이다. 다만 훈련 일정이나 규모,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고 한미 협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통일부는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 해빙 무드 조성을 위해 8월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바랐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30일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군(軍) 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군 관계자는 “남북이나 북미 사이에 대화 재개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차원에서 규모 등은 일부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의 이날 담화는 8월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온 지 수 시간 만에 나왔다.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지난 4월부터 수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합의한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단절되었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놓은 것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대남관계를 대적(對敵) 관계로 전환하고,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는 주민들에게 알리고 대규모 군중 집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이번 복원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를 통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했지만, 북한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간략히 전달했을 뿐이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83개 종교·시민단체의 모임인 '광복 76주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대회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제공

또 김여정은 우리 정부를 향해 “지금 남조선(남한) 안팎에서는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북남수뇌회담(남북정상회담)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8월 한미연합훈련과 연결 지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을 원하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라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김여정은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며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이용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실시하고 있지만, 중단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김여정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남북 정상)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고 경고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