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방 일정과 휴가로 불참한 상태에서 입당식이 열렸을 정도로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전격적인 입당이었다. 윤 전 총장은 “많은 국민들께서 바라는 정권교체에 대해 작은 불확실성도 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의힘 경선 절차에 처음부터 참여하여 정정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유불리를 떠나 국민을 위한 ‘공정의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며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은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과 상식의 파괴는 국가의 위기이자 곧 우리 국민들께 큰 고통”이라며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소명 앞에 대의만을 생각하고 뚜벅뚜벅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도록 저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전격적 입당에 대해 윤석열 후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저녁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오늘 오전 11시쯤 캠프 핵심 관계자 긴급회의를 소집해 ‘내 결심이 섰다’고 이야기했다”며 “회의를 통한 결정으로 바로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전화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8월 2일이나 10일에 입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김 대변인은 “(입당 시점을 두고) 소모적인 공방이 있었다”며 “(윤 전 총장이) 전격적 입당으로 국민의힘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결심이 어제 밤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전남 순천과 여수를 방문한 이 대표는 현지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 소식을 들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 입당과 관련해 “오늘 입당 전에는 윤 전 총장과 통화를 한 바 없다”며 “서울로 돌아오는 항공편에 착석한 직후 통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표가 지난 25일 ‘치맥 회동’ 후 상당한 소통을 하며 충분한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윤 전 총장의 결심과 입당 결정은 어느 때에 해도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한다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의 설명대로면 캠프 회의 후 2시간50분만에 입당식을 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과 더 벌어지고 있는데, 윤 전 총장은 후원금 모금 한도액이 하루 만에 다 찼다”며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 어려운 시기에 손을 잡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이밍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못한 전격적인 입당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 대표가 있는 자리에서 입당하게 되면, 그동안 이 대표가 계속 (입당을) 쪼았기 때문에 입당했다는 느낌을 준다”며 “전격적으로 입당하게 되면 입당 자체가 ‘나의 주도적인 행동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당 출신으로 정치적 기반이 호남인 김경진 전 의원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