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대 4.2%.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발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기록한 지지율이다. 20%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보였지만 같은 기관이 지난달 처음 최 전 원장을 조사 대상으로 넣은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5.1%의 지지율을 얻으며 1.5%를 얻은 최 전 원장과 3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같은 달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소폭 감소한 32.3%로 나타났고 최 전 원장은 2배 이상 늘어난 3.6%로 나타나며 20%포인트대로 격차를 좁였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뒤늦게 정치 참여를 선언한 최 전 원장은 곧바로 입당을 선택했다. 국민의힘밖에서 '독자 행보'를 보이는 윤 전 총장과 다른 행보를 결단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이 이러한 결단을 내린 데에는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 삼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입당 문제와 관련해 '차차 알게 된다'고 답하며 '윤차차'라는 별명이 붙으며 피로감을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두 사람은 정치권 진입 방식을 다른 방향으로 잡았지만, '공정', '법치', '반문' 등 가치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 때문의 최근의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세가 최 전 원장의 상승세로 이어진다는 평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법조인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었지만 갈등을 빚다 자진 사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전 총장은 재직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문제 등으로 충돌하며 겪은 이른바 '추윤갈등' 끝에 지난 3월 사퇴했다. 최 전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감사로 인해 정부 여당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두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며 내건 가치도 공통 분모가 많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출정식에서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최 전 원장도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공정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권교체'를 내걸며 정치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밖 주자로 언급되던 최 전 원장이 전격 입당한 것은 당내 주자들이 뚜렷한 지지율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약한 본인의 지지율을 타개할 방안으로 답보상태인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가져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 3월 퇴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 이달 들어 20%대로 내려앉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권의 지지율은 어차피 다 제로섬 관계에 있다"며 "그런데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차이는 최 전 원장은 실제로 당에 들어오더라도 다른 후보의 공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과 달리 지지율이 높은 윤 전 총장은 당에 들어오면 다른 후보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더욱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악연도 있어 현재 상황에서는 국민의힘에 선뜻 들어가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관계가 적대적 경쟁 관계가 되면 두 사람의 대선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汎)야권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장점이 부각되며 '법치와 공정'에 기반한 두 사람의 가치 지향성이 야권 전체의 지지율 상승이리는 시너지로 발현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9일 50.2%를 기록한 범야권 주자 지지도는 같은달 23일까지는 49.5%로 유지되는 듯 했으나, 지난 12일에는 44.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범진보 여권 주자는 43.0%에서 50.9%까지 올랐다. 이 시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지지율의 합은 36.6%에서 32%로 떨어졌고,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의 합은 32.8%에서 42%로 올랐다.
이같은 추세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시작된 데 따른 컨벤션 효과도 있지만, 유력한 야권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의혹 공세가 본격화된 데 따른 검증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다수 여권 주자의 '1대 다(多)' 구도로 진행되던 대선 구도에 최재형 전 원장이 가세한 만큼, 여권의 공세가 분산되고 야권의 공세에는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합류하자 여권에서는 '정치편향성'을 지적하며 공세를 쏟았다. 다만 야권의 공세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각자의 장점이 고루고루 발현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이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미디어 노출이 늘어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윤 총장 등 야권 후보의 경쟁력 부족 때문인지 분별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면서 "애권 후보들의 공통 지향이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도 마찬가지지만 최 전 원장도 명쾌하게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해 제시해야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 전 원장에 대해서는 "잠재력은 좋지만 경쟁력 지수까지 끌어올리려면 지금은 가진 자산이 '월성 원전' 하나뿐이라 미담 스토리가 확 퍼진다든지 해야한다"면서 "'노무현 돌풍'은 많은 것들이 쌓여서 이뤄진 것이라 그런 '돌풍'을 일으키려면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