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예비 경선을 거치며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세를 타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는 '20대·여성'에서 두드러졌다. 두 유권자층에선 여권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앞지르기도 했다. 등돌린 '호남' 표심도 차차 회복세를 기록 중이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측은 "경선의 판이 바뀔 것"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경쟁자인 이 지사가 예비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에 부적절한 '바지' 발언으로 대응한 것에 실망해 이탈한 표가 이 전 대표를 향한 것인 만큼, 지속 가능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 지지율 오른 이낙연, 이재명과 격차 10%p내로 좁혀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는 지난 주보다 5.9%포인트 오른 18.1%를 기록했다.
1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29.9%였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6.9%를 기록했다. 각각 전주 대비 1.5%포인트, 3.4%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 주 18.1%포인트에서 8.8%포인트로 줄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낙연 캠프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뚜렷했다. 지난달 19∼20일과 첫 TV토론과 국민면접이 있었던 지난 3~4일 이뤄진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 격차는 32.8%포인트에서 18.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에 대해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의 판이 바뀌는 변곡점이 나타났다"며 "1강 1중의 구도가 2강 구도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변곡점은 후보들을 비교 평가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며 "후보의 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태도, 경쟁자를 대하는 태도와 품격, 쓰는 언어와 매너 등이 비교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토론 등 메시지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민 전 의원은 "안정적이고, 유능하고, 정통성이 느껴지는 후보의 정책 의도와 품격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의 '바지 발언'에 대해 "더 이상 보탤 말이 없을 정도로 독선, 독재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에서다. '반(反)이재명' 전선을 통해 이 지사와 2강 구도를 형성한 뒤 역전을 노리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 '20대·여성' '호남' 표심 잡은 이낙연, '反이재명' 단일화 주목
KSOI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반등세는 여성 지지층에서 두드러졌다.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여성의 지지는 26%로 이 지사(23%)를 앞질렀다. 지난 주 이 전 대표에 대한 여성의 지지는 18.1%로 이 지사(25.3%)보다 7.2%포인트 뒤쳐졌다.
연령별로는 20대 지지율이 22.7%로 이 지사(16.7%)를 넘어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15.5%)도 제쳤다. 지난 주만 해도 20대 지지율이 17.2%로 윤 전 총장(24.7%), 이 지사(17.6%)에 뒤졌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텃밭' 호남에서 지지율을 회복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5.7%로 이 지사(36.6%)와의 격차는 1%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지난 주 이 전 대표(22.9%)와 이 지사(35.0%)의 지지율 격차는 12.1%포인트였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는 이 지사가 주춤한 데 따른 반사사익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가 자신을 둘러싼 기본소득·역사관 논쟁, 여배우 스캔들·형수 욕설 논란 등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 지사가 대선 경선 1라운드에서 대세론을 확산시키지 못했다"며 "이 지사에 실망한 표들이 이탈하며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지만, 이같은 흐름이 추세적일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맞설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반이재명 연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협력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본경선에서 1위가 과반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가 치뤄지는데, 이 경우 이 전 대표가 단일화를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정 전 총리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 못하지만,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다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