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여러분, 청와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입니다.”
“저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입니다.”
“어린이날을 축하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어린이날에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청와대 가상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촬영한 특별 영상에서 한 말이다. 청와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린이들이 야외 행사는 하지 못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제작한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맵’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이용자 누구나 청와대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앞으로 어린이들은 문 대통령의 뜻과 달리 청와대 가상공간을 즐길 수 없게 됐다. 갑자기 ’19금(禁)’ 게임이 됐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게임에 적용하고 있는 셧다운제 때문인데, 일부 대권주자들은 여가부가 게임업계에 비합리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5월 5일 오전 청와대가 유투브를 통해 어린이날을 맞아 '마인크래프트로 만나는 청와대'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 청와대 유투브 캡처

◇여가부 “MS, 한국 게임 이용자 고려하길 기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 받은 심의 등급은 12세 이용가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인수하고, 기존 계정을 MS사의 엑스박스(Xbox) 라이브 계정으로 통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MS가 국내에서 엑스박스 라이브를 운영하면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19세 미만은 아예 접속을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셧다운제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별도의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고 연령대로 아예 게임 이용을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로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미성년자가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비판을 받자 2일 "MS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가부 페이스북 캡처

‘셧다운제’ 때문에 마인크래프트를 앞으로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여성가족부는 화살을 게임을 운영하는 MS에 돌렸다. 여가부는 지난 2일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청소년 이용 제한 방침은 해당 게임사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의한 것”이라면서 “MS에 한국 게임이용자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셧다운제를 따르지 않는 MS가 문제라는 것이다.

◇정세균 “혁신의 시대에 부처의 복지부동이 게임 산업 발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문제가 화제가 되자, 대권주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6일 ‘미래를 규제할 수는 없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해당 부처인 여가부는 규제 일변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혁신의 시대'에 부처의 복지부동이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혁신 산업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6일 여가부의 '셧다운제' 규제로 마인크래프트가 19금 게임이 된 것에 반대하면서 올린 그림. /페이스북 캡처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여가부 폐지’를 거론했다. 하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 글에서 여가부를 향해 “청소년 이용을 금지하는 정책은 여가부 때문에 그런 것인데, 못들은 척 딴소리를 한다”면서 “(게임의) 과도한 이용이 문제라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보조를 해줘야지, 이래라 저래라 가로막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가부가 하루 뒤 ‘셧다운제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자, 하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려 “게임보다 여가부를 먼저 셧다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를 제치고 여가부가 게임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여가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썼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국회에 ‘셧다운제’ 폐지 법안 2건 이미 발의

국회에는 현재 셧다운제를 완전 폐지하는 법안이 2건(민주당 전용기,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발의돼 있고, 셧다운제를 유지·개정하는 법안이 1건(민주당 강훈식 의원안)이 있다. 강훈식 의원안은 셧다운제는 유지하되, 청소년의 부모가 요청하면 셧다운제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전 의원은 지난 8일 여가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셧다운제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전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여가부가 셧다운제 폐지 논의에 참석했다”면서 “여가부가 게이머 인식에 더 가까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