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밖 대권주자와 국민의힘의 공식 소통 창구인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이 3일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났다. 권 의원은 “최소한 (국민의힘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하기 전에 함께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며 “(윤 전 총장이)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권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이날 저녁 서울 중구에 있는 한식 전문점 ‘달개비’에서 만나 1시간30분쯤 만찬을 함께 하며 윤 전 총장 입당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다만 권 의원은 ‘묵시적 동의’에 대해서는 “제 해석”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만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정치 행보를 시작하고 많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다 하겠다”며 “국민의힘 관계자를 만났다고 해서 바로 입당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튼 많은 분들을 만나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시작하는 마당에”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대선 4개월 전까지 후보를 확정 짓도록 규정돼 있다. 오는 11월 9일까지는 후보가 정해져야 한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입당해야 하는 시점에 대해 “(경선에 걸리는 시간을) 역산해보면 9월 초가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8월 버스 출발론’보다는 약간 늦어진 셈이다. 권 의원은 “시간을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윤 전 총장 측도 합리적으로 판단해 8월 안까지는 입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윤 전 총장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민심 투어’를 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정권 교체와 외연 확장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기다려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의 철학이 같은 만큼, 조속한 시일 내 입당해 정권교체에 앞장서달라”고 윤 전 총장에게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제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제3지대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우리나라의 현 정치 상황에선 프랑스와 같은 제3지대(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는 없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을 위해 입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했다.
최근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와 아내 등 처가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권 의원은 “(입당하면 당내에)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네거티브 공격을 막고, 당 외부 공격도 막기 위해 설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문제를 포함해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협의하기로 했다. 권 의원은 “(이날 만찬 회동은) 상견례 비슷한 것”이라며 “서로 시간이 허용되면 맞춰서 소통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입당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중요한 문제여서 실무진 논의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라고 권 의원이 전했다.